[유승찬의 SNS 민심]‘문창극’ 언급량 최대… ‘자진사퇴’ 키워드 증가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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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 이번 주부터 지난 한 주간 트위터와 블로그를 달궜던 키워드를 중심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민심을 전합니다. 기준은 키워드 언급량(버즈량)입니다. 빅데이터 전문분석가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가 전하는 ‘SNS 민심’입니다. 》

압도적이다. 지난 한 주간(11∼18일) 트위터와 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문창극’이었다. 언급량(버즈량)은 총 65만여 건에 이른다. 통상 키워드 언급량이 하루 3만 건을 넘어서면 관련 기사가 거의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주간 언급량을 보면 하루 평균 10만 건에 육박할 정도다. 2위인 ‘박근혜 대통령’ 언급량의 3배에 이른다.

올 들어 ‘박근혜 대통령’을 키워드로 한 주간 언급량은 3월 새정치추진위원회 안철수 대표와 민주당 통합 당시 ‘안철수’ 언급량(3월 31일∼4월 6일 9만4131건)을 제외하고 1위 자리를 내준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문 후보자 언급량은 1위는 물론이고 대통령 언급량의 3배에 달했으니 그에 대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

주간 인물 버즈량 순위 톱10에 오른 인물들도 수배 중인 유병언 씨(4위)와 박원순 서울시장(6위)을 빼면 거의 문 후보자와 관련된 인물이다. 3위에 오른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1997년 북풍 공작과 2002년 차떼기와 관련해 8만여 건의 높은 언급량을 기록했고, 인사책임론에 휩싸인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은 5위였다.

‘문창극’ 언급량은 같은 기간 브라질 월드컵 언급량의 약 2배, 5월 23일부터 29일까지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의 6배에 이른다. 사건의 크기를 하루 피크 버즈량으로 측정하기도 하는데 KBS의 교회 동영상 방영 다음 날인 12일 ‘문창극’ 하루 언급량은 15만여 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는 윤창중 성추문 사건 당시 하루 최대 버즈량인 12만 건을 웃도는 수치다.

이유는 무엇일까.

안대희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킨 핵심 원인은 전관예우라는 개인의 도덕성 문제였다. 하지만 문 후보자의 문제는 개인의 도덕성을 훨씬 뛰어넘는 국가관, 역사관의 문제를 전면에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진보와 보수를 떠나 전 국민적 관심사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도 문 후보자의 칼럼 등과 관련돼 언급량이 급상승했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인 김명수 교육부총리 후보자도 높은 언급량을 기록하고 있다.

‘문창극’과 관련된 긍정 부정 연관어 1위는 무엇이었을까. ‘비판하다’였다. 이유는 이 단어가 문창극 관련 기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용자들이 기사를 그만큼 많이 퍼 날랐다는 뜻이다. 2위는 ‘훌륭한’이었다. 이는 일본 극우 언론으로 알려진 산케이신문이 ‘한국에도 이런 훌륭한 정치인이 있었나’라는 취지의 보도를 한 것이 급속도로 퍼져나갔기 때문으로 보인다. 3위로는 ‘게으르다’가 올랐다. 문 후보자의 많은 발언 중에 우리 민족을 ‘게으르다’고 표현한 대목에 국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뜻이다. 긍정 부정 연관어 4위는 제주도4·3사건과 관련이 있는 ‘폭동’이 차지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5위에 오른 ‘악의적’이란 키워드다. 내용은 “KBS가 발언 내용을 악의적으로 왜곡했다”는 것인데, 이를 주로 퍼 나른 사람들은 이른바 얼굴사진을 올리지 않은 ‘얼굴 없는 프로필’, 속어로 ‘달걀 부대’였다. 이는 누군가가 문 후보자를 옹호하기 위한 여론전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6위에 오른 ‘자진 사퇴’ 언급량은 서청원, 김무성 의원 등 여권 실세의 자진사퇴 발언 이후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한편 문 후보자와 함께 언급된 단체(조직) 연관어 1위에는 그의 교회 발언 동영상을 보도한 KBS가 1위를 차지했고 새누리당, 청와대, 서울대(문 후보자의 모교)가 뒤를 이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7위였다.

흔히 SNS 언급량은 지지율의 선행지표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부정적 언급량이 크게 오랫동안 지속되면 지지율의 경향적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여의도연구소 자체 조사에서도 총리 부적합 의견이 71%에 이른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 지지율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완강하게 버텨온 여당과 대통령 지지율의 마지노선이 ‘문창극 인사 태풍’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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