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오석 부총리, 경제까지 우울증 걸리게 해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로 온 나라가 충격에 휩싸이면서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항공업계 여행업계 숙박업계에선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음식점에도 손님이 줄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그제 “세월호 사태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내수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단계에 접어들지 못한 형편에서 ‘세월호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따른 소비 위축이 길어지면 경기가 다시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의 1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은 작년 동기 대비 3.9%로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그러나 깊이 들여다보면 걱정스러운 측면이 적지 않다. 전(前) 분기 대비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1.0%에서 4분기 0.6%, 올 1분기 0.3%로 2개 분기 연속 둔화했다. 1분기 설비투자도 1.3% 감소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5년 8개월 만에 최고치로 높아져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의 가격 경쟁력에도 부담이 커졌다.

세월호 참사에 모든 관심이 쏠리면서 지난주 열릴 예정이었던 경제관계장관회의와 대외경제장관회의가 취소됐다. 경제부처들의 실무적인 일상 업무는 평소처럼 돌아가지만 부처 간, 부서 간 주요 정책 협의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박근혜 정부가 역점 과제로 마련했던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규제 개혁 추진 움직임도 동력이 한풀 꺾였다. 여기에 대폭 개각설까지 나오면서 관가는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와 사태 수습과는 별개로 이제는 우리 사회가 점차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에도 관심을 돌릴 때가 됐다. 경제활동이 지나치게 위축되면 서민의 삶을 가장 어렵게 만든다.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사람이 사는 동네에서 소비 활동을 멈출 수는 없다.

정부는 기업 투자 활성화, 불필요한 규제의 개혁, 공기업 혁신 등의 주요 정책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조금씩 회복 조짐이 보이는 부동산 경기가 다시 꺾인다면 큰일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 정부 경제팀 고위 당국자들부터 긴장을 늦추지 말고 경기 침체를 막는 일에 팔을 걷어붙이기 바란다.
#현오석#세월호 참사#경제#소비 위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