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官피아 척결’ 국민이 명령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9일 03시 00분


세월호 참사로 해양수산부와 산하 단체, 해운업계가 유착 고리로 얽혀 있음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해운조합은 12명의 역대 이사장 가운데 10명이, 한국선급은 11명 중 8명이 해수부 출신이었다. 해운조합은 세월호의 무리한 출항을 허가했고, 한국선급은 세월호의 복원력을 떨어뜨린 증개축을 허가했다. 전현직 관료들이 마피아처럼 업계와 유착해 국민의 등을 치는 ‘관(官)피아’의 폐해가 극심하다.

안전행정부는 7월부터 퇴직 공직자가 퇴직 전 5년간 몸담았던 부처의 업무와 연관된 조합이나 협회에 2년 동안 취업할 수 없게 한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았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17조는 ‘영리기업’에만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조합과 협회 취업에도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조치로 퇴직 관료들이 ‘낙하산 인사’로 재취업하는 관행이 사라질지는 의문이다. 공무원들은 개정안의 내용을 무력화시킬 온갖 편법과 경력세탁 등 우회로를 만들어 자리 보전에 나설 공산이 크다.

교육부는 고위공무원이 퇴직한 후 2년 이내에 대학 총장으로 가는 것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내부 행동강령을 고쳤다. 교피아(교육부+마피아) 논란을 의식해 최근 개정한 것이지만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사립대학의 감사 업무를 담당하던 교육부 K 전 서기관은 퇴직 하루 만인 3월 1일 감사 대상이었던 전문대학의 교수로 임용됐다. 김영삼 정부 이후 관료 출신 교육부 차관 13명 중 11명(85%)이 4년제와 전문대의 총장으로 취업했다. 최근 대학 정원을 16만 명 줄이겠다는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된 이후 지방의 ‘부실 대학’에 내려간 교피아의 로비가 한층 거세졌다는 지적이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3월 장관 취임 직전까지 경주의 위덕대 총장을 지냈다. 위덕대는 2012년 8월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으로 꼽혀 교육부의 실사를 받은 바 있다.

거의 모든 정부 부처에서 전관예우를 통해 자신의 배를 채우는 부패 문화가 퍼져 있는 상황에서 공직자윤리법은 무력하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2010년 이후 지난해 6월까지 취업 승인 신청 1108건 중 7%인 78건에 대해서만 취업을 제한했다. 규제나 인허가 관련 사업이 많은 부처일수록 민간 재취업이 활발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고유 권한인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을 통해 인허가권을 장악하면서 규제를 양산하는 관료 권력부터 손을 봐야 한다. 관료들의 저항이 거셀 것이다. 그러나 관피아 척결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국회는 ‘관료 망국론’이 나오는 상황을 직시해 감시와 견제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원자력발전소 비리가 터졌을 때 원전마피아의 취업 제한과 관련된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아직도 통과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도 국민의 원성을 듣고 있다면 공공기관과 산하 단체에 선거 공신이나 청와대 출신들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일을 삼가야 한다.
#세월호 참사#해양수산부#퇴직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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