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스마트폰 시대에 원격진료 미룰 이유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31일 03시 00분


보건복지부는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정보통신 기기를 이용해 진료를 받는 원격진료를 2015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가 원격진료를 허용하지 않았던 것은 영리병원 불허와 함께 서비스 분야의 대표적인 규제였다. 의료계의 직역(職域)이기주의에 밀려 진전을 보지 못하다가 이번에 제한적으로 빗장을 풀게 됐다.

선진국들은 원격진료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미국은 1997년 관련 법을 제정해 원격진료를 장려하고 있다. 일본도 같은 해부터 만성질환자 가운데 재진 환자와 도서벽지 주민을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실시 중이다. 뛰어난 정보기술(IT)을 보유한 한국은 전부터 원격진료를 실시할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여태껏 도입하지 못했다.

원격진료는 환자들이 매번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의료소비자의 편익을 위해서는 원격진료 도입을 미룰 이유가 없다. 요즘은 의사들이 환자 얼굴을 잘 보지도 않고 차트만 보고 진단하는 세상이다. 당뇨병 환자가 스마트폰으로 혈당수치를 보내면 의사가 처방전을 발급하는 정도는 당장 도입해도 무리가 없다.

보건복지부는 동네 병의원의 고사(枯死)를 막고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원격진료를 일단 의원급 동네의원에서 도입하기로 했다. 만성질환자나 정신질환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이나 장애인, 도서벽지 주민들이 가까운 의원에서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원격진료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지만 원격진료 자체는 의사들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는 의료 영역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부 반발에 대해 적극적인 설득과 대처에 나서야 한다.

이번 원격진료 허용 방안에 따르면 수술 후 퇴원한 환자는 자신이 수술받은 대형병원에서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다. 가뜩이나 환자들이 의료의 질이 높은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현상이 심하다. 수술 환자로 원격진료 대상이 제한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런저런 편법으로 대형병원에 더 많은 환자들이 쏠리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로 인해 동네병원들이 무너질 경우 그 피해는 의사뿐 아니라 적기에 치료받을 수 없는 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 문제는 앞으로 원격진료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원격진료#영리병원 불허#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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