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이병문]사업장 갈등 윈윈 해결책은 ‘法보다 화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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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재직 중인 노동위원회에는 지난 1년간 1만여 건의 심판사건이 접수됐다. 대부분 “사업주로부터 해고 등 불이익을 부당하게 받았으니 구제해 달라”는 근로자들의 신청에 따른 것이다. 접수돼 처리된 8500여 건(나머지 1500여 건은 처리 중) 중 신청에 이유가 있다고 판단해 인정된 것이 900여 건으로 11%를 차지하며, 그렇지 않다고 해서 기각·각하된 것이 1800여 건으로 22%에 이른다.

근로자가 재직 중에 사업주로부터 부당하게 해고, 휴직, 정직, 감봉 등의 징벌을 받았거나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 등(부당노동행위)을 받았을 때는 고용노동(지)청이 아닌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노동위원회는 광역지방자치단체 단위로 설치돼 있는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 구성된 독립의 준사법적 기능을 가진 기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근로자가 부당하게 권익을 침해당했을 경우 1차 지방노동위원회, 2차 중앙노동위원회, 3차 법원을 통한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다. 노동위원회의 구제는 처리기간이 짧다는 이점도 있으나 무엇보다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노동위원회에서는 당사자 간 화해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유도하고 있다. 노동위원회 처리 과정에서의 화해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인정된다. 판결을 통한 해결은 패자에게뿐만 아니라 승자에게까지도 상처와 후유증을 남기는 반면에 화해를 통한 해결은 그와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당사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는 모든 것을 ‘법대로’ 하자는 법 만능의 풍조가 만연되기 시작했다. 법치주의는 물론 좋은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 밑바탕 되지 않은 법치주의는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이미 발생한 갈등도 사랑과 배려를 통한 화해의 길을 모색한다면 기업과 근로자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낭비 요인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 과제인 산업평화의 정착을 앞당기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병문 중앙노동위원회 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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