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하태원]아프리카의 새마을운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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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인의 눈에는 ‘먼지가 나는 땅(Afar-ica)’ 정도였던 아프리카가 뜨고 있다. 기아와 내전, 테러, 저개발의 대명사였던 이곳은 2000년을 기점으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가 늘어나는 등 정치적 안정을 찾는 모양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전 세계가 아프리카를 다시 보기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자원. 원유 매장량으로는 전 세계 10%를 차지하고 있고 다이아몬드, 백금, 코발트, 망간 등의 생산량은 80∼90%나 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요즘 앙골라에서는 개도 달러를 물고 다닌단다.

▷이익에 민감한 자본이 즉각 반응한 것은 당연지사. 그중에서도 중국은 아프리카 대륙을 송두리째 삼켜버릴 기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른바 반제(反帝)-반식민주의, 민족자결주의 실현의 유력한 대안으로 자부하던 중국은 급성장한 국력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원조의 최대 큰손이 됐다. 80만 중국인의 아프리카 진출은 1만3000여 명의 한국인과 대비된다. 세계의 ‘왕따’가 되고 있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도 1∼3일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아프리카개발회의에서 무려 40명의 아프리카 정상과 릴레이회담을 갖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과 국내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진 것은 아프리카의 중요성을 고려한 행보다. 4일에도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아르만두 게부자 대통령과 만난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아프리카를 상대로 에너지와 자본 등 경제외교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에게 ‘개발독재의 신화’격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특별한 존재다. 1986년 집권해 27년째 우간다를 이끌고 있는 무세베니 대통령도 마찬가지. 그는 자조·자립에 바탕을 둔 농촌근대화 운동인 새마을운동을 자기 나라에 이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년 전에는 강원 원주에 있는 가나안농군학교에 각료, 국회의원, 기관장 등 77명을 단체로 입소시켜 정신훈련을 받게 했다. 우간다 지도자들이 새마을운동 성공의 비결은 지도층의 열성만이 아닌, 온 국민의 ‘잘살아보세’라는 의지였다는 사실까지 깨달았을지 궁금하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
#아프리카#자원#선거#무세베니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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