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에니 팔레오마바에가]박 대통령의 3·1절 기념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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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 팔레오마바에가 미국 하원의원·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민주당 간사
에니 팔레오마바에가 미국 하원의원·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민주당 간사
68년 전 외세에 의한 강제 분단으로 초래된 한반도의 긴장이 갓 출범한 박근혜 행정부의 앞날에 여전히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서울의 강경파 정치인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도 핵 보유를 통한 억제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핵 보유 주장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아시아의 잠재적인 핵 무장 경쟁을 촉발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9년 프라하 연설과 2011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강조한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목표에서도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한국 위한 남북대화 기대

하지만 박 대통령은 평양의 핵실험으로 조성된 중대한 위반 문제에 발을 내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식 4일 뒤 발표한 3·1절 기념사에서 평양이 도발 대신 신뢰 구축의 길을 선택한다면 더 유연하게 포용할 것이라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냉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보수파였던)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만이 중국을 방문할 수 있었던 것처럼 한반도에 새로운 긴장이 조성되고 있는 시점에선 박 대통령만이 두 개의 한국 사이에 민족적 화해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박 대통령은 그런 화해를 향한 첫발을 이미 내디뎠다.

그는 2002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모친의 사망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와 한자리에 마주앉은 것은 오로지 국가애의 발로였을 것이다.

그는 2011년 가을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밝혔듯이 자신의 새로운 전략에 ‘신뢰의 정치’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루하게 되풀이되는 협박에서 벗어나는 남북대화의 희망을 담은 것이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은 한반도의 문제에 대해 조언과 제안을 할 수 있지만 결국 평화롭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은 남북한 주민들이다. 한국인들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찾아온 광복 직후 외세에 의해 38선 위아래로 나눠지고 6·25전쟁을 거쳐 비무장지대(DMZ)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게 됐지만 원래는 같은 민족이다.

한국의 오래된, 때론 슬픈 역사가 증명하듯 주변 열강들은 한국인의 이익을 진심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한국 속담은 열강들이 한반도를 통제하려고 반복적으로 전쟁을 일으켰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중일전쟁, 러일전쟁, 6·25전쟁은 모두 한국인의 복지보다는 더 넓은 차원의 국제적 이슈를 둘러싼 전쟁이었다.

이제는 한반도의 어떤 안보 위기라도 한국인에 의해, 한국인을 위해 해결되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한국인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안보 이슈를 해결해 나가는 전략을 형성하는 중심이자 최전방에 청와대를 둔 것은 그런 점에서 매우 통찰력이 있는 결정이다.
한반도 안보, 한국인이 지켜야

박 대통령은 소속 정당을 새누리당(The New Frontier Party)이라고 명명했다. 지난해 대선 한 달 전 서울의 외신기자클럽에서 그는 “우리는 평화와 협력의 한국, 새로운 프런티어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이 말한 ‘새로운 프런티어’는 존 F 케네디 상원의원이 1960년 대선에서 미국인에게 ‘뉴 프런티어’를 서약한 것을 연상시킨다. 그는 최근 자신을 역사의 격랑을 항해하는 배를 조종하는 선장에 비유한 적이 있다. 그가 이끄는 대한민국호가 흔들리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케네디 의원이 말했던 것처럼 그가 모든 한국인에게 ‘아직 채워지지 않은 희망과 채워지지 않은 꿈’을 성취해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에니 팔레오마바에가 미국 하원의원·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민주당 간사
#박근혜 대통령#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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