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B표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서 진화시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5일 03시 00분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이하 녹색위)는 어제 이명박(MB) 대통령이 주재한 ‘제22차 녹색성장위원회 보고대회’에서 ‘녹색성장 10대 과제’를 제시했다. 10대 과제에는 전기와 수도요금 인상,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내용이 들어 있지만 “범부처 차원의 녹색성장 전담 조직을 구축해 추동력을 확보하라”는 주문이 가장 눈에 띈다. 대통령에 대한 녹색위의 마지막 보고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마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를 총리실 밑으로 옮기고, 대통령실 녹색성장기획관실은 폐지해 미래전략수석실이 관련 업무를 맡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녹색위를 그냥 없애기로 한 당초 안이 수정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차기 정부 출범으로 녹색성장 어젠다의 기세가 꺾일 수 있다”고 걱정한다.

녹색성장은 이명박 정부의 간판 어젠다다. 2010년 서울에 설립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는 작년에 국제기구가 됐다. GGGI 녹색기후기금(GCF) 녹색기술센터(GTC)까지 3대 기구가 한국에 함께 둥지를 틀어 녹색성장 이슈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의 주도로 국제기구를 설립해 서울에 본부를 둔 것은 처음이다.

‘지속가능한 성장’ ‘환경친화적 개발’을 추구하는 녹색성장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과제다. 온난화와 사막화 방지, 온실가스 감축, 탄소세와 배출권 거래, 신재생에너지, 녹색 기술, 관련 법률시장 등 연관된 분야가 매우 많으며, 다음 세대의 먹거리가 될 미래형 성장산업이다. 지구 차원의 환경규제를 놓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대립이 첨예해 앞으로 통상에서도 기후변화협약 등이 최대 이슈로 부상할 것이다. 국가 발전은 물론이고 인류 미래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다.

선진국들은 한국이 의무감축국도 아닌데 자발적 감축목표를 세우고 로드맵까지 제시한 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베트남과 같은 개발도상국은 한국형 녹색성장모델을 닮고 싶어 한다. MB정부가 녹색성장을 국정어젠다로 정한 것은 평가받을 일이지만 ‘MB표(標)’를 너무 강조한 것은 과욕(過慾)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녹색성장을 MB정권만의 과제로 취급해선 안 된다. 녹색성장은 정권과 무관하게 동력을 유지해 나갈 만한 분야다. 전임자의 정책 가운데 잘못된 것이 있으면 차기 대통령이 고쳐야 하지만 ‘전임 흔적 지우기’라는 차원에서 괜찮은 정책까지 홀대하는 건 문제다.

물론 녹색성장도 진화할 필요가 있다. MB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제 등 하드웨어 구축에 힘을 쏟았다면 앞으로는 왜곡된 요금체계 개편, 기후변화 적응 시스템 마련,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 지원 등 소프트웨어 측면을 강화해야 한다.
#녹색성장위원회#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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