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에 첫 특사, 대북 억지력 복원 디딤돌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7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4강 중에서 제일 먼저 중국에 특사단을 보낸다. 먼저 특사를 보낸 중국 정부의 요청에 화답하는 형식이지만 역대 정부가 대개 미국을 첫 특사파견국으로 택했거나 4강에 동시에 특사를 보낸 관행을 감안하면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박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수교 20주년을 넘긴 한중관계를 명실상부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공약했다. 5년 전에는 본인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로 중국을 다녀온 적도 있다. 특사단 파견이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정점으로 지난해 11월 출범한 5세대 지도부와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관계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반면 한중관계는 상대적으로 소원했던 것이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가 ‘동북아 균형자’를 자처하며 대미(對美) 대중(對中) 등거리 외교를 펴는 바람에 한미동맹이 위기를 겪었던 상황을 극복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미국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도 있다. 박 당선인의 대외정책 기조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삼고 중국과의 전략적인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지난 20년간 한중관계는 경제협력과 인적교류 분야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지만 정치, 외교, 군사 분야에서는 아직도 장애물이 많이 남아 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처럼 명백히 북한의 소행임이 드러났는데도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탈북자를 난민으로 규정해 강제 북송하지 말라는 요구도 대답 없는 메아리로 돌아오곤 했다.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근절처럼 양국 정부가 실천할 수 있는 일부터 차곡차곡 신뢰를 쌓아나갈 필요가 있다.

박 당선인은 어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친서를 가져온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일행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미동맹 60주년을 계기로 21세기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기 위한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 한일관계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최악의 상태에 빠졌지만 양국의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관계 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미국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과 중국의 해양굴기, 일본의 우경화 경향이 한반도 주변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4강에 둘러싸인 지정학(地政學)적 환경 속에서 한반도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은 강온전략을 적절히 구사할 수 있는 스마트한 외교 역량을 요구받고 있다. 3차 핵실험 카드를 포기하지 않은 채 한국의 외교안보 역량을 시험하려는 북한의 도발 기도를 억제하기 위해서도 4강과의 긴밀한 협력 유지는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중국 특사#박근혜#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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