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복지예산 100조 시대’ 성장에도 도움 주는 복지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일 03시 00분


어제 확정된 올해 정부 예산에서 가장 특징적인 대목은 ‘복지예산 100조 원 시대’로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9.3%로 아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2%)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보편복지 시대를 언급할 만하다. 정부가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의 복지부문은 97조 원이었지만 여야가 대선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규모를 늘린 데다 이른바 ‘박근혜 예산’ 2조4000억 원을 보탠 결과다.

복지예산의 증대는 양극화에 따른 갈등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성장동력 잠식 문제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수용한 결과다. 그러나 복지는 그냥 돈을 쓰는 게 아니다. 이젠 복지도 성장에 힘이 되고 밝은 미래를 여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해야 한다. 그래서 ‘복지예산 100조 원’ 시대는 우리에게 크게 두 가지 숙제를 던지고 있다. 재정 조달의 건전성과 지출의 효율성이 그것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안정적이며 무리 없는 재원 조달 방안을 찾는 것이다. 재원 대책 없는 ‘묻지 마 복지’ ‘퍼주기 복지’는 지속 불가능할 뿐 아니라 나랏빚을 잔뜩 늘려 다음 세대에 큰 죄를 짓는 일이다. 여전히 진행 중인 남유럽 재정위기를 통해 분명히 확인된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인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뚜렷한 재원조달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박 당선인의 재원 방안은 비과세와 감면을 줄이는 ‘간접 증세안’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막대한 복지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진정한 복지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증세(增稅)를 통한 고통분담을 피해갈 수 없다. 세금을 더 걷으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사회적 합의를 얻으려면 ‘불편한 진실’을 알려야 한다. 박 당선인과 새 정부의 정치력에 달려 있는 문제다.

지출 부문에서는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복지, 효율적 복지를 구현해야 한다. 당장 생존이 절박한 계층에는 시혜적 복지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복지 정책의 큰 줄기는 저소득층 교육 지원과 실업자 재취업 훈련 등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자생·자활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 생산적 복지, 신성장 동력을 키우는 복지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의 복지제도는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담당 공무원조차 전체의 틀을 파악하기 힘들 만큼 복잡하다. 이 때문에 한정된 복지 재원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정확하게 도달하지 못하고 엉뚱한 데로 새버리는 일도 많다. 건전한 복지재원 확보에 실패하거나 복지 집행의 효율성을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복지예산 100조 원 시대’가 오히려 선진화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복지예산#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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