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역사 보태 쓴 2012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31일 03시 00분


2012년이 마지막 하루를 남겨두고 있다. 새해 첫날을 시작할 때는 달력 12장과 365일이 길게 느껴지지만 막상 세밑에 이르면 한 해가 고속열차처럼 빠르게 지나간 것 같다. 2012년은 5000만 국민 전체로 본다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역사에 새 기록을 보태 쓴 한 해였다. 국가신용등급 상승, 무역 1조 달러 달성, 런던 올림픽 종합 5위, ‘강남스타일’로 대표되는 한류의 세계화…. 대한민국이 세계 속으로 쭉쭉 뻗어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적표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라는 두 개의 큰 선거를 한꺼번에 치르느라 온 국민이 몸살을 앓았다. 이념 세대 지역 빈부의 갈등이 선거 과정에서 극명하게 노출됐다. 선거는 갈등을 키우지만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다. 국민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차기 대통령으로 뽑았다. 총선에서는 ‘여당 우세, 야당 약진’으로 의회 권력이 재편됐다. 국민은 ‘안정 속의 변화’를 선택한 것이다.

새 정치를 상징하는 ‘안철수 현상’이 1년 내내 정치판을 뒤흔들었다. 그 여파로 14년 역사의 한나라당이 간판을 내리고 새누리당으로 다시 태어났다.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도 지도부를 두 차례나 교체하며 진통을 겪었지만 자체 쇄신보다 야권 연대나 후보 단일화 같은 정치공학에 더 매달렸다. 민심의 심판은 냉혹했다. 통합진보당은 부정 경선에 이은 폭력 사태로 비민주성과 종북(從北)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판은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자 구도 속에서 2개월 이상 예측 불허의 양상으로 흘러갔다. 안철수의 후보 사퇴로 대선은 여야 맞대결 구도가 됐지만 대신 안철수 현상은 ‘한바탕 봄날의 꿈’으로 사그라졌다. 안철수 정치의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안철수 현상은 여야가 새 정치의 동력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갈등과 반목에 대한 반작용으로 통합에 대한 국민의 갈증도 컸다. 대선 과정에서 여야 후보 모두 통합을 약속했다. 자기 진영의 세(勢)를 불리고 모양새를 그럴듯하게 해 표심을 낚으려는 의도도 있겠으나 극심한 사회적 분열의 간극을 좁히려는 진정성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1987년이 ‘정치 민주화’의 원년이었다면 2012년은 ‘경제 민주화’의 원년으로 기록될 만하다. 복지 공약이 봇물을 이루었고, 건전한 시장질서와 공정 경쟁을 해치는 ‘탐욕의 경제’에 고삐를 매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지나친 대기업 때리기는 경제의 활력과 성장 잠재력까지 해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복지든 경제 민주화든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국민통합을 이루고 민생을 살리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약속에 기대를 걸어본다. 오늘 밤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함께 제야(除夜)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새해의 희망을 꿈꾸어 보자. 아듀 2012!
#대한민국 역사#대선#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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