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 보도, ‘競馬 중계’에 치우쳐선 곤란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9일 03시 00분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측이 공식 선거운동 초반부터 상대방을 비방하는 네거티브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서로 상대방을 ‘실패한 정권의 최고 핵심 실세’니 ‘유신독재 세력 잔재의 대표자’니 하면서 과거의 틀(프레임)로 옭아맨다. 언론은 양측의 이런 공격과 함께 주로 두 후보가 어디에 가서 무슨 말을 하는지 마치 경마(競馬) 경기를 중계하듯이 흥미 위주로 전하고 있다. 두 후보의 정책도 보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내용과 형식에서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한 느낌이다.

두 후보 측이 소모적인 이념 논쟁이나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는 것도 잘못이지만 이를 그대로 부각하는 언론도 문제다. 그렇게 하면 정책 경쟁이 발붙일 공간을 위축시키고 국민 간에 갈등과 증오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 큰 선거를 치를 때마다 사회적 갈등과 반목이 심해지는 이유다. 지역감정이 촉발되거나 후보의 선거홍보 현수막들이 잇따라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선거 때마다 각 정당은 ‘정책선거를 지향한다’고 공언하고, 언론과 유권자도 정책선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말과 행동이 다르다. 정책보다는 인간의 말초적 신경을 자극하는 네거티브 공방전이 훨씬 더 흥미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정당과 후보의 공약들이 재원조달 방안이나 추진 일정까지 갖춘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것인지 점검하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한때 반짝하다 사그라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책만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게 아니라 선거운동도 포퓰리즘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정권의 성격은 후보들의 말이 아니라 결국 정책으로 그 차이가 드러나는 법이다. 언론이 후보들의 말이나 행동,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 위주로 보도하다 보면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위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분야별로 후보들의 공약 간에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 알기 쉽고 재미있게 비교 설명하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공약의 소개를 넘어 공약의 허실(虛實)도 함께 짚어줄 필요가 있다. 후보들이 어떤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지, 어떤 기준과 잣대로 국정을 운영하려고 하는지 큰 그림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유권자들이 각 정당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찾아가보면 각 후보의 공약들을 상세히 알아볼 수 있다. 유권자가 깨어 있고 올바른 관심을 가져야 정책선거가 가능하고 선거민주주의와 새 정치가 꽃필 것이다.
#박근혜#문재인#대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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