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승건]명문구단 삼성과 ‘가장 꺼리는 야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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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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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스포츠레저부 기자
이승건 스포츠레저부 기자
올 프로야구가 삼성의 2년 연속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2002년 첫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삼성의 성적은 최강이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해부터 올해까지 5차례(1985년 전·후기리그 통합우승을 포함하면 6차례)나 정상에 올랐고, 최근 16시즌 중 15차례 ‘가을잔치’에 초대받았다. 최근 10년 동안 우승은커녕 포스트시즌에 한번도 나가지 못한 팀이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비교가 쉽겠다.

지난해처럼 삼성은 올해도 서울에서 축포를 터뜨렸다. 안방인 대구에서 우승한 것은 2002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듬해부터 한국시리즈는 두 팀 중 한 팀이라도 홈구장 수용 능력이 2만5000명 미만일 경우 5∼7차전을 잠실에서 치르도록 하고 있다. 대구 팬들로서는 분통 터질 일이다. 현재 1만 석 규모인 대구구장이 2만5000석 이상이었다면 정규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한국시리즈 1, 2차전에 이어 6, 7차전도 치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억울하기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 팬들도 마찬가지다. 하필 삼성을 만나는 바람에 3차례(3, 4, 5차전) 치를 수 있는 홈경기를 2번(3, 4차전)만 하고 잠실로 갔으니 말이다.

홈구장만 놓고 보면 삼성은 SK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시즌 초반 스포츠동아가 각 팀 감독과 선수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를 보면 ‘가장 선호하는 구장’ 1위와 ‘가장 꺼리는 구장’ 1위는 각각 문학구장과 대구구장이었다. 모두 압도적인 표차로 1위가 됐다.

2만7600석 규모의 문학구장은 메이저리그급 시설을 뽐낸다. 8개 구단 홈구장 가운데 가장 최근인 2001년 말에 완공되기도 했지만 SK와 인천시의 지속적인 투자 덕분에 해마다 진화를 거듭한 덕분이다. SK가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한 2007년 이후 시설개선에 들어간 돈은 43억5000만 원에 달한다. 야구체험 시설을 갖춘 키즈존과 미니기차, 외야석의 바비큐존과 그린존(잔디 좌석), 전용 응급실 등은 이곳만의 자랑이다. 기자실 시설도 단연 최고다. 투수가 공을 던질 때마다 전력 분석원의 기록이 실시간으로 뜨는 기자용 모니터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장비다.

이에 비하면 대구구장은 동네 야구장이다. 1948년에 완공된 낡은 건물이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부대시설 역시 달라진 게 별로 없다. “기자실만 봐도 TV가 커진 것 빼고는 20년 전과 똑같다”라는 한 베테랑 기자의 말은 이곳의 현실을 압축하고 있다. 경기가 끝난 뒤 감독과 수훈 선수를 만나는 인터뷰실은 올해도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한국시리즈를 취재하기 위해 100명이 넘는 취재진이 대구를 찾았지만 좁아터진 인터뷰실에는 20명도 들어가기 힘들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감독과 선수들은 취재진 사이를 간신히 뚫고 들어가 허름한 의자에 앉아야 했다.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천장 역시 지난해와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대구시가 지하철 2호선 대공원역 인근에 2만5000석 이상의 새 야구장을 다음 달 착공해 2015년 말 완공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하지만 ‘대구 새 야구장 건립’ 뉴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장 어렵다는 토지 수용 문제도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삽을 떠봐야 믿을 수 있고, 야구장이 모습을 드러내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다.

‘명문 구단’ 삼성은 언제쯤 ‘가장 꺼리는 구장’을 벗어날 수 있을까. 대구시의 계획대로라면 2016년부터다. 더는 늦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그동안 불편을 참아왔던 대구 팬들을 위해 삼성과 대구시가 할 일이다.

이승건 스포츠레저부 기자 why@donga.com
#삼성#대구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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