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포스트 PC 시대, 한국은 대응하고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4일 03시 00분


1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구글이 시가총액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를 처음으로 뛰어넘어 4위에 올랐다. 모바일과 웹 기반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구글이 PC 기반의 소프트웨어 회사인 MS를 추월한 것은 PC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미국과 영국 언론은 “포스트 PC(PC 이후)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증거” “정보기술(IT)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했다.

30년간 IT 업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지키던 MS는 2010년 애플에 추월당한 지 2년 만에 구글에도 밀렸다. MS는 PC 운영체제인 윈도를 기반으로 PC 시대를 이끈 선도자였지만 모바일 체제로의 전환이 더뎌 역전을 허용했다. 구글은 웹 기반의 검색과 광고 사업을 기반으로 모바일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모바일 광고 같은 신사업에 진출해 시장 판도를 바꿨다. 구글의 힘은 숙련된 소프트웨어 인재를 전 세계에서 확보해 모바일로 가는 시장 변화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소프트 파워’에서 나온다.

휴대전화, TV, 자동차와 같은 하드웨어 제품도 소프트웨어의 차이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지는 시대다. 모바일과 웹을 중심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사라지는 기술융합도 본격화하고 있다. 세계 시가총액 100대 기업 중 소프트웨어 기업 비중은 최근 20년간 갑절로 늘었다. 한국은 제조업 강국이지만 소프트웨어는 후진국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같은 제조회사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IT 강국의 명성은 ‘속빈 강정’이나 다름없다. 소프트웨어 산업 경쟁에서 밀려나면 차세대 성장엔진 확보나 청년 일자리 창출도 요원해질 것이다.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영세한 내수 중심의 시장과 낮은 노동생산성을 극복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대다. 2010년 글로벌 500대 IT 소프트웨어 기업 중 한국 회사는 한 곳도 없다. 각 산업에서 소프트웨어를 미국 영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 수준으로 활용하면 GDP가 1.43%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해외에서는 일하기 좋은 기업 상위권에 소프트웨어 회사가 올라가지만 한국은 거꾸로다. 고급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은 모자라고, ‘낮은 처우-우수 학생 기피-교육 부실-산업경쟁력 약화’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 산학협력 같은 실용교육을 통해 창의적인 소프트웨어 인재를 길러내야 한국의 미래가 열릴 것이다.
#사설#PC#소프트웨어#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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