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기우]사립대학 빗장 잘 풀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천재능대 총장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천재능대 총장
우리 사회에서 대학 자율화 문제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 수준을 둘러싼 논쟁도 언제나 평행선을 그어 온 것이 사실이다. 대학은 교육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대폭적인 자율화 조치를 요구해 온 반면에 정부는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이 높아지기 전까지 전폭적인 자율권 확대는 어렵다는 방침을 견지해 왔다. 대학경쟁력을 높이는 대안 중의 하나가 자율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양자 간 시각차로 인해 대학 자율화 정책은 한정된 틀 속에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 정부가 27일 5개 부문 32개에 달하는 대학 자율화 추진 계획을 내놓았다. 재정 지원 운영 방식을 개선하고 국제화를 촉진한다는 것이 먼저 눈에 띈다. 여기에 대학이나 법인의 운영 및 건축에 대한 규제 완화와 조세 감면 확대 계획도 시선을 끈다. 물론 입시나 등록금 등 초미의 관심사가 배제된 점이 아쉬운 대목이긴 하다. 하지만 과거의 대학 자율화 추진 안에 비해 진일보한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반가운 점은 정부의 재정 지원 사업과 대학의 재정 증대 효과 간 상관관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대학은 정부 재정 지원 사업을 수주해도 엄격한 가이드라인 때문에 사업 수행 상 매우 복잡한 절차를 거쳤을 뿐 아니라 실제 대학 예산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등 이중고를 겪었다.

그런데 금번 자율화 계획에서 예산의 자유로운 집행을 상당 폭 허용함으로써 대학 재정 운용에 직접적인 도움을 받게 됐다. 여기에 민자사업 시설 및 산학협력단 관련 면세 조치 등도 간접으로나마 재정 지원 효과를 높이는 데 한몫 거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 문제와 더불어 또 하나의 매우 중요한 변화는 대학 경영상의 각종 규제 완화이다. 엄격하게 제한해 온 사립대학의 기본재산권 행사에 유연성을 부여함으로써 대학은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동력을 얻게 됐다.

또한 기숙사 등 대학 건물에 대한 건축 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조치를 도입하여 훨씬 더 나은 교육 여건을 갖출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대학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그동안 대학 또는 법인 운영에 걸림돌이 되었던 요인들이 제거됨으로써 이제 본격적인 대학의 능률 경영시대가 열린 셈이다.

과거의 대학 자율화 추진안들이 가장 중요한 핵심은 건드리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는 것이었다면 이번 추진안은 각종 규제 완화와 실질적인 재정 증대 효과 확대로 대학 경영의 효율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더욱이 이를 통해 대학의 대내외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교육 품질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데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물론 대학 자율화가 모든 교육 현안을 일거에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하지만 대학 자율화를 통해서 재정 건전성이 확보되고 세계적 수준의 교육 인프라가 구축되면 수준 높은 교육 품질이 담보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직접적인 대학 재정 증대 효과 및 운영상의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이번 자율화 추진안은 대학 자율화의 큰 틀을 새로 짠 것으로 평가한다. 이제 남은 문제는 새로운 대학 자율화의 패러다임에서 대학이 스스로의 혁신을 통해 외부의 다양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율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대학 사회 모두가 공공성과 자율 능력을 충분히 보유하게 될 때 최상의 자율화에 성큼 다가서게 될 것으로 본다. 그러한 토대를 제공해 준 금번 대학 자율화 추진 계획안에 대해 대학 교육의 최일선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천재능대 총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