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찜통 노인 쉼터, 어르신들 숨이 막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9일 03시 00분


최고 기온이 연일 기록을 경신하면서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가 잇달아 발령됐다. 서울엔 2008년 폭염예보제 실시 이후 처음으로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무더위는 이달 중순부터나 한풀 꺾일 모양이다. 노인들은 무더운 여름을 나기가 힘겹다. 그제까지 전국에서 14명이 무더위로 사망했는데 그중 10명이 60대 이상이다. 노인들은 땀샘이 줄어 땀 배출량이 적기 때문에 체온조절 능력이 떨어지고 체내 수분도 부족하다. 이런 상태에서 폭염이 계속되면 생체리듬이 깨져 심장 박동과 생리 현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심혈관계나 호흡기 질환을 앓는 노인들은 생명을 잃을 위험이 배가된다.

쪽방에 거주하는 빈곤층 노인, 주변의 눈길이 덜 미치는 홀몸노인, 건강 악화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은 살인적인 무더위에 속수무책으로 방치돼 있다. 선풍기조차 전기요금 걱정에 마음 놓고 켜지 못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무더위 쉼터’를 지정해 놓고 있으나 대부분 전기료 지원액이 적어 에어컨을 켤 엄두를 못 내고 한낮이면 숨 막히는 찜통 쉼터로 변한다. 에어컨이 돌아가는 쉼터를 찾아가려면 땡볕에 몇십 분씩 걸어가야 하는 곳도 많다.

경로당 마을회관 주민센터 복지회관 등 접근성이 높은 곳에 노인들을 위한 무더위 쉼터를 많이 설치해 냉방시설을 가동한다면 절전(節電)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정치권과 정부는 무분별한 선심 복지에 돈을 펑펑 쓰면서도 정작 노인 쉼터의 냉방에는 왜 그렇게 돈을 아끼는가. 노인이 시원한 여름을 나게 하는 것도 소홀히 해선 안 되는 복지다. 깡통처럼 달구어진 컨테이너 경로당 바깥에 나와 더위를 달래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를 넘은 나라가 맞나 싶다.

프랑스는 2003년 전례 없는 폭염으로 1만5000명의 희생자가 발생하자 노약자를 위한 긴급라인을 설치하고 전국의 양로원들이 최소한 1개 이상의 방에 에어컨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휴가철에 많은 의료기관이 문을 닫아 집에 방치된 노인들의 피해가 컸다는 지적에 따라 관련 장관들의 휴가 일정까지 제한했다.

지구 온난화와 북반구 대기 흐름의 정체현상이 지속되면서 해마다 푹푹 찌는 여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른 데서 돈을 아끼더라도 혹서기(酷暑期)에 어르신 쉼터의 냉방비 지원액은 늘려줘야 할 것이다.
#사설#폭염#노인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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