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정양환]잔치엔 돈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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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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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환 국제부 기자 ray@donga.com
정양환 국제부 기자 ray@donga.com
영국 런던 올림픽이 며칠 남지 않았다. 각자 느끼는 감흥이야 다르더라도 뛰고 달리는 선수들의 구슬땀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현실적으로 쉽진 않겠지만, 참가자 모두 부상 없이 축제를 즐겼으면 좋겠다.

올림픽 정신이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이란 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지만 최근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올림픽에 숨은 금전적 무게를 가늠하게 하는 기사를 내놓았다. 만약 보안에 문제가 생겨 27일(현지 시간) 개막이 취소되면 40억 유로(약 5조592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보험사가 감당할 돈만 계산한 것으로 실제 피해액은 훨씬 많아질 게 틀림없다.

막대한 비용이 들다 보니 올림픽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실제 영국에선 유치가 결정된 2005년부터 비난이 끊이질 않았다. 가뜩이나 경제도 삐거덕거리는 마당에 국가 빚만 늘어나게 생겼다는 푸념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흥청망청 돈을 쓰다 현재의 재정위기를 앞당긴 그리스가 좋은 본보기였다.

결국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흑자 올림픽’을 천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진짜 금메달은 런던에 안기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현재 영국 정부는 처음 책정한 예산 24억 파운드(약 4조3000억 원)의 4배에 가까운 93억 파운드를 썼다”며 “총리의 약속은 허언(虛言)이 될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올림픽의 가치를 돈으로만 따질 순 없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스포츠 축제가 한 국가에 정치적으로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회고했다. 1987년 6·29선언이란 민주화의 결실 뒤에는 올림픽으로 한반도에 쏠린 세계의 눈이 당시 정권이 허튼짓을 할 수 없도록 압박한 게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그런 서울 올림픽마저도 한국 정부의 경제적 출혈은 컸다.

옥스퍼드대 사이드비즈니스스쿨이 1960년 로마 올림픽 이후 모든 올림픽을 치른 정부의 손익계산서를 따져보니 평균 수입 대비 179%의 비용을 지출했다. 장사로 치면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이다.

그렇다면 올림픽은 손해만 보는 행사일까. 곰이 재주를 부릴 동안 현찰을 거머쥔 왕 서방은 따로 있었다. ‘올림픽 공식 스폰서’들이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조너선 젠슨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기업들은 스포츠 후원을 통해 이미지 제고 효과만 얻은 게 아니었다. 2005∼2009년 스폰서로 참여한 51개 미국 기업의 순수익 증가율은 해마다 약 7.8%가 넘어 미 500대 기업 평균(6.5%)을 웃돌았다. 코카콜라와 같은 상위 대기업 16곳만 따지면 해마다 22.1%란 고공 성장을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비자카드는 1988년 기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제치고 올림픽 후원업체로 나선 뒤 시장점유율 선두에 올라섰다.

물론 선수들이 이런 저간의 사정을 알 필요는 없다. 관람하는 세계인 역시 올림픽 자체만 즐기면 된다. 안 그래도 세상사 고단한데 스포츠까지 머리 싸매고 보고 싶진 않다. 하지만 물 밑에서 분주한 백조의 다리처럼 정부나 기업은 올림픽 마케팅을 둘러싸고 지금도 정신이 없다. 그들이 한 가지만 명심했으면 좋겠다. 성대한 잔치에 쓰고 있는 그 돈. 시민들이 낸 세금이고, 시민들이 지불한 비용이다. 허투루 쓰지 마라.

정양환 국제부 기자 ray@donga.com
#뉴스룸#정양환#올림픽#올림픽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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