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法 위의 박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4일 03시 00분


저축은행들로부터 1억 원이 넘는 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19일 검찰의 1차 소환 통보에 이어 어제 2차 통보에도 불응했다. 국회의원에게 회기 중 불체포특권은 있지만 검찰 수사를 거부할 특권은 없다. 19대 국회 들어 의원들이 과거 수사 회피 수단으로 이용한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한데도 그는 법(法) 위에 있는지 움쩍도 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어제 의원총회를 열고 대검 중수부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찰총장 국회출석 의무화를 규정한 검찰개혁 법안을 제출했다. 민주당 검찰개혁 법안의 대략적인 내용은 오래전에 다 알려진 것이다. 하필 박 원내대표의 소환일자에 맞춰 이를 제출한 것은 그를 엄호하기 위한 포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이 입법권을 동원해 검찰의 정당한 수사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 탄압”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검찰은 저축은행 비리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을 구속했고, 이 대통령을 15년간 보좌한 김희중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오문철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로부터 박 원내대표에게 돈을 줬다는 진술을 받아낸 이상 그를 조사할 수밖에 없다. 조사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직무유기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가 2차 소환까지 불응한 만큼 체포영장이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정도다. 현재 열리고 있는 국회는 다음 달 3일로 끝난다. 국회가 연이어 임시국회를 연다면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하든 박 원내대표를 지키기 위한 방탄(防彈)국회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새누리당은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이후 강한 역풍(逆風)을 맞았다. 민주당이 박 원내대표 체포를 막기 위해 방탄국회를 열거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다면 여론의 질타를 각오해야 한다.

박 원내대표의 행보는 정 의원보다도 비겁하다.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긴 했지만 정 의원은 “배달 사고”라고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았다. 박 원내대표가 국회에 방어막을 치고 버틸수록 국민의 의혹은 커질 것이다. 결백하다면 지금이라도 스스로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고 법정투쟁을 벌여 재판에서 무죄를 받으면 될 것 아닌가.
#사설#저축은행 비리#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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