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의 ‘전략로켓軍’, 300km 미사일로는 못 당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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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은은 그제 김일성의 100회 생일을 맞아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첫 대중 연설을 하며 ‘전략로켓군’을 공식 거론했다. 로켓 부대를 육해공군에 이어 ‘제4군(軍)’으로 키워 이른바 ‘선군(先軍)조선’의 핵심 전력으로 삼으려는 야심을 드러냈다. 열병식에는 사거리 5000∼6000km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형 장거리 미사일이 등장했다. 실패로 끝났지만 13일 발사한 은하3호가 인공위성으로 위장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임을 재확인시켜 준다. 북한은 어제 은하3호보다 더 큰 대형 운반 로켓을 개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북한이 보유한 1000기의 미사일 가운데 한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은 사거리 100km대의 KN계열 미사일과 300∼500km 스커드 B, C 미사일 등 700기나 된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단이 없다.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은 이번에 북한의 로켓 추적에는 성공했지만 미국과 일본이 보유한 SM-3 미사일이 없어 요격은 불가능했다. 우리 군에는 미사일 방어용 패트리엇(PAC-3) 미사일도 없다.

무방비로 당하지 않으려면 한국군이 북한 미사일에 대한 억제력을 갖춰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2009년 북한의 광명성 2호 시험 발사 이후 300km 이하로 묶여 있는 탄도미사일 사거리의 연장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한국은 사거리 제한을 받지 않는 순항미사일 현무(1500km)를 개발했지만 속도가 탄도미사일의 10분의 1에 불과해 요격당하기 쉬운 데다 탄두 중량이 가벼워 파괴력이 떨어진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3월 “(미국의) 사거리 300km 제한이 한계에 왔다”며 “북한의 핵 공격 예방에도 필요한 만큼 조만간 합리적 수준에서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술적 문제도 있고 군사적으로도 논의할 게 많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북한의 ‘전략로켓군’ 등장으로 상황이 급박해졌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를 위반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북한을 규탄하는 안보리 의장 성명 채택을 주도했다. 북한이 미사일로 위협하고 있는데도 미국이 동맹국의 미사일 능력을 10년 이상 묶어 두는 것은 옳지 않다. 2015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위해서도 미사일 사거리 연장은 필수다. 한국군이 보유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연장을 통해 동북아에서 한미동맹을 공고히 해야 한다.
#사설#북한#광명성#로켓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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