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유윤종]궁극의 뉴스 인터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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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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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 문화부장
유윤종 문화부장
신문 제작 일선에 있다 보니 외부 뉴스서비스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다. 하루 1000여 건의 뉴스 제목이 주르륵 뜨는 가운데 꼭 읽어야 할 뉴스를 찾아내는 일이 쉽지는 않다.

회사 외부에 있을 때는 휴대전화로 인터넷 포털의 뉴스를 들여다본다. 인기 연예인의 사생활 문제 같은 뉴스는 경쟁적으로 앞줄에 뜨지만 우리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장기적으로 미칠 국제관계나 정치역학적 문제, 함의가 깊은 경제 문제는 가려지는 일이 많다.

‘더 친절한 뉴스 제공 형태는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몇 가지 요건이 필요해 보였다.

1.기사의 중요도를 표시해주면 좋겠음. 매체의 시각을 강요하는 (별점 등) 형태면 곤란. 중요한 기사일수록 자연스럽게 눈에 잘 띄도록 했으면.

2.각각의 기사와 연관되는 사진이나 그래픽을 한눈에 함께 인식할 수 있으면 편리함.

3.필요하지 않은 뉴스는 건너뛸 수 있으면서도 뉴스의 일관된 계열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함. 스포츠에 열광하지 않는 나로서도 중요한 제목 정도는 일별하고 지나갈 수 있어야.

4.내가 가진 여유에 따라 비교적 짧은 시간에 죽 읽어볼 수도 있고 깊이 들여다볼 수도 있는, 유연한 시간 관리가 가능한 형태였으면.

메모해놓고 보니 이 같은 뉴스 인터페이스는 멀리 있지 않았다. 내가 생산에 참여하는 ‘신문’이 그것이었던 것이다. 한숨을 쉬었다. “독자들은 좋겠다, ‘신문’이 있어서…. 내게 필요한 것은 신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原)뉴스로 구성한 신문이야.”

수요일 아침 집에 배달된 동아일보는 40쪽이었다. 주간지 크기로 접으니 160쪽, 단행본 크기로 접으니 320쪽 책 한 권이 되었다. 광고 지면이 약 절반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해도 매우 큰 정보량이다.

최근 오랜만에 만난 친구도 신문 없을 때의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이사한 뒤 한동안 신문을 안 봤는데,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면 되지 하고 생각했어. 아니더라고. 주변 사람들과 얘기해 보니 실제로 중요한 얘기들을 놓치고 있었어.”

그렇다. 신문이 없을 때의 문제는 단지 뉴스를 종합적으로 접하지 않는 데 있는 것뿐 아니라 인터넷 등에 자주 노출되는 뉴스만 접하고 ‘뉴스를 다 보았다’고 착각하는 데 있었다. 설탕물만 마시고 필수영양소를 섭취했다고 믿는 것과 같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보급이 늘면서 뉴스 편식가와 정보 착오족은 더욱 늘어나지 않을까 염려된다.

한국언론재단의 ‘2011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월 가구소득 600만 원 이상의 사람들 40.4%가 신문을 정기구독하는 데 비해 200만∼300만 원인 사람의 경우 22.1%만 신문을 정기구독하고 있었다. 소득이 낮을수록 신문 구독료 등 지출을 포기하는 점을 감안해도, 종합적인 정보를 취득하는 환경과 성공은 (최소한 경제적으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종이 신문은 속보성에 있어서 인터넷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러나 17세기 초 유럽에서 근대적 신문이 나타난 이후 4세기 동안 쌓인 편집의 기술, 효과적인 정보전달 기법은 이 시대에도 유효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뉴스는 이 전통의 인터페이스에 인터넷의 빠르기를 더하고 동영상을 접목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예측해본다.

사흘 뒤 4월 1일은 3·1운동 주도세력이 그 이듬해(1920년) 탄생시킨 동아일보가 창간호와 함께 고고성(呱呱聲)을 울린 날이다. 그 엿새 뒤인 4월 7일은 1896년 민족세력이 독립신문을 창간한 것을 기념하는 ‘신문의 날’이다.

유윤종 문화부장 gustav@donga.com
#광화문에서#유윤종#동아일보창간일#신문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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