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나리]‘테헤란의 봄’은 올까

  • Array
  • 입력 2012년 3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신나리 국제부
신나리 국제부
2009년 6월 테헤란은 부정선거(대선)에 항의하는 시위로 들끓었다. 시위 도중 총탄에 맞아 숨진 여대생 네다 아그하 솔탄(당시 27세)이 민주화 영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울분에 찬 시민들은 밤마다 집 옥상에서 하늘을 향해 ‘알라후 악바르’(알라는 위대하다)를 외쳤다.

그 후 3년여가 지난 상황에서 테헤란에서 만난 교민에게 당시 상황을 물으니 “‘알라후 악바르’요? 그 소리 못 들은 지 한 2년 됐어요”라고 한다. 기자가 테헤란 시민들에게 “왜 이란에는 ‘아랍의 봄’ 같은 민주화운동이 일어나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우린 아랍이 아니라 페르시아의 후예”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우리가 조용했던 게 아니고 아랍의 봄이 2년 전 우리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답했다.

겉으로는 이렇게 말해도 시민들의 마음속에는 정권에 대한 반감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인상이 짙었다. 2일 치러진 총선 결과를 두고도 “다음 선거(대선)를 기약해야 한다. 지금은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조심스레 답하던 택시 운전사와 “인풋(시민들의 개혁 노력) 대비 아웃풋(정부의 개혁 실천)이 적다 못해 거의 없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던 대학생이 떠오른다. 한 정부 관계자는 “어차피 대통령의 임기는 2013년까지다. 그때까지는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체념이라기보다는 때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이란의 저명한 학자인 파리데흐 파르히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아랍의 봄이 더디 올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지금의 이란은 2011년 이집트나 튀니지보다는 1989년 톈안먼 사태 당시 중국과 비슷한 상태”라며 “이란의 현 체제는 미국 제재 같은 외부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고자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이란 사람들이 통제가 일상화된 생활 속에서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마음속에 ‘봄’에 대한 갈망은 커 보였다. 야권은 지난해 초에도 반정부 시위의 일환으로 테헤란 중심부와 지역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그린 무브먼트’를 일으켰지만 정부군의 발 빠른 대응으로 다시 지하와 인터넷 네트워크로 몸을 숨겼다.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이란에는 ‘이란은 결국 정복자를 길들이고야 만다’는 속담이 있다. 민초들의 힘을 무시하지 말라는 의미다. 테헤란의 침묵은 새로운 변화를 위한 숨고르기가 아닐까.

신나리 국제부 journ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