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채정아]도시 빈민계층 어린이 복지지원 소외 없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채정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미디어팀장
채정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미디어팀장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어린이를 상상해 보라”고 한다면 아프리카 대륙의 시골마을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물을 마시기 위해 10리를 걸어야 하고 며칠씩 굶주린 어린이들이 많은 마을 말이다. 그런 환경에 처한 어린이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유니세프는 올해 아동현황 보고서를 통해 시골이 아닌 도시의 빈민 어린이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유니세프가 도시 빈민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는 전 세계 어린이의 절반이 도시에 살기 때문이다. 도시 인구는 매년 6000만 명씩 증가하고 있으며 2050년이 되면 인구의 70%가 도시에 살게 된다. 도시 어린이들은 교육 식수 보건 등의 권리를 누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유니세프의 조사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수돗물을 마시지 못하고,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는 도시 빈민 어린이의 수가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평균적으로 어린이의 교육, 생존, 보호, 위생에 대한 혜택은 도시가 시골을 웃도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평균값이 가진 맹점이 있다. 도시에는 많은 부유층이 거주하기 때문에 평균값은 최솟값을 희석시킨다. 도시에는 갑작스럽게 이주해오는 경우가 많아 임시 거주지에 사는 사람, 이민자, 버려진 아이도 많다.

실제로 도시 빈민 어린이의 생활수준은 가난한 시골 어린이와 삶의 질이 비슷하거나 더 나쁜 수준이다. 도시 어린이의 영양 부족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굶주림’이라고 부른다.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를 뜻한다. 시력을 상실하고, 발육 장애를 겪으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공해와 교통사고로 인한 도시 빈민 어린이의 사망 가능성은 시골 어린이보다 상대적으로 높고, 범죄와 폭력의 피해자가 되거나 가해자가 될 가능성도 높다.

도시 빈곤층에 대한 문제는 선진국도 예외일 수 없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늘어나는 미국 도시 빈곤층에 대한 기사를 심도 있게 다뤘다. 지난달 에너지시민연대가 혹한기 국내 도시 빈곤층 124가구의 실내온도를 조사한 결과 14.8도로 나타났다. 겨울철 난방을 거의 못하고 지내는 가정이 많다는 의미다.

복지와 경제지표를 가늠할 때 평균값으로만 판단하면 도시의 결과 지표는 상대적으로 높다. 이런 까닭에 도시 빈민은 정책의 결정과 복지 지원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쉽다. 도시의 부유한 어린이들에 가려 가난한 어린이들이 정책의 결정이나 복지시설의 신축에서 손해를 보는 것이다. 어린이에 대한 복지는 평균값을 높이는 지원이기에 앞서 눈에 보이지 않는 도시 빈민들에게도 골고루 혜택을 주는 지원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의 가난한 어린이에 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해서 도시계획의 시행, 사회기반시설 구축, 공공서비스 개발을 할 때 소외된 빈곤계층 어린이들에게 우선적으로 혜택을 줘야 할 것이다.

채정아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미디어팀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