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모바일 경선 쇼, 民意를 왜곡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일 03시 00분


민주통합당 총선 후보를 뽑는 선거인단 부정 모집 의혹이 호남지역을 넘어 수도권 일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민주당이 모집한 선거인단 중에서 모바일 투표를 선택한 비율은 70% 정도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취지로 도입된 모바일 경선은 민주당의 ‘브랜드 상품’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일반 유권자의 정치 참여가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민의(民意)를 왜곡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어제 선거인단 모집이 마감됐으나 신뢰도 추락으로 경선 불복 같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전북의 한 민주당 예비후보 측은 미성년자에게 선거인단 등록을 시켰다가 현장에서 적발됐다. 전남에선 다수의 선거인단 명단을 확보한 전직 관변단체 인사에게 예비후보들의 러브콜이 뜨겁다고 한다. 광주에서 선거인단 모집에 관여한 인사가 투신자살한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예비후보들의 과열 경쟁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기존의 관광버스 조직 동원이 모바일 선거인단 동원으로 얼굴 화장만 바꾼 셈이다. 박지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후보 경선에서 지역 특성에 맞는 방법을 도입하자고 제안했지만 지난달 당 대표 선거 때 모바일 투표가 대외적으로 크게 부각됐던 것에 지도부가 도취돼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선거인단 부정 모집에 관여했다는 관권선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 동구의 투신자살 사건 현장에는 행정 관청만이 입수할 수 있는 가구주 명부와 동향보고 문건이 다수 발견됐다. 경기 광명의 한 예비후보는 민주당 소속 현역 의원이 광명시 공무원 1000여 명에게 모바일 선거인단 모집을 독려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공무원이 특정 정당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면 공무원의 정치중립 의무 위반이다. 선관위가 철저한 조사에 나서야 한다.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모바일 선거를 하는데 여러 장애가 있지만 새로운 정치를 향한 모바일 경선 혁명은 좌초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갖 잡음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경선을 강행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현장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을 적당히 넘어가려 해서는 안 된다. 비리가 드러났으면 과감히 도려내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새 정치다. 획일적인 모바일 경선을 고집하지 말고 현장 여건에 맞춰 여론조사 등 ‘맞춤형’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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