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의 점입가경, 한미 FTA 말 뒤집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6일 03시 00분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상하원 의원들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정지와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 의회의 비준을 완료한 한미 FTA는 현재 진행 중인 이행점검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달 말 발효될 예정이다.

한 대표는 노무현 정부의 국무총리였던 2006년 7월 “한미 FTA는 우리 경제를 세계 일류로 끌어올리는 성장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대외신인도 제고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와 정동영 상임고문도 2007년에는 “미래를 위한 도전의 기회”라며 한미 FTA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다녔다. 지금 민주당은 ‘한미 FTA 재협상’을 4월 총선 공약으로 채택했고 시간이 갈수록 ‘폐기’처럼 독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의 한미 FTA 반대 이유는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을 거치면서 국익 최우선의 원칙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문제 삼는 자동차 부문의 양보에 대해 업계도 ‘FTA 이익 극대화를 위해 조속한 발효가 더 중요하다’며 수용했다. 민주당이 불공정 조항으로 꼽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는 노 전 대통령도 “문제없다”고 했던 것이다. 노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한덕수 주미대사는 “해외투자에 나선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조항”이라고 설명한다.

민주당이 한미 FTA 반대파들과 야권 통합을 하면서 한미 FTA 반대를 통합의 접착제로 쓰고 있는 듯하다. 국민과 기업의 먹을거리와 일자리에 대한 고려가 아니라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한미 FTA를 제물로 삼으려는 것이다. 미국은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의 개방된 시장이다. 우리 상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1989년 4.2%까지 올랐다가 계속 하락해 현재 2.5% 수준에 불과하다. 무역 1조 달러를 넘어 2조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 중국과 신흥국 시장을 파고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시장을 놓쳐서는 안 된다.

한미 FTA는 대통령의 서면 통보가 있으면 180일 후 종료된다. 민주당 주장대로 한미 FTA가 폐기된다면 한국은 국제무대에 얼굴을 내밀기도 창피해진다. 수출로 먹고살면서 시장개방을 약속하고 FTA 협정을 맺더니 국내 정치에 발목이 잡혀 협정을 금세 폐기하는 나라를 누가 상대하려고 하겠는가. 민주당은 집권한 후에 한미 FTA를 폐기하겠다는 것인지, 그러면 나라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지, 명확한 답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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