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복지약속 쏟아내는 여야, 財源은 누가 만드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5일 03시 00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설 연휴를 앞두고 ‘100만 명을 위한 정책’이라며 “제2금융권 전월세 대출금리를 연 14%에서 절반으로 깎아주겠다”고 발표했다. 1조4000억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한 정책이다. 한나라당은 신용카드 중소가맹점 수수료율과 학자금대출(ICL) 상환이자율 인하, 소 사료 구입자금 상환 1년 연기 등 각종 선심성 정책을 내놓고 있다.

민주통합당도 마찬가지다. 한명숙 신임 대표는 ‘70만 명이 혜택 받는 정책’이라며 부가가치세 간이과세기준을 연매출 48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세원 투명화를 위해 간이과세를 축소해온 정책 기조와는 정반대 방향이다. 그는 ‘3무(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1반(반값 등록금)’을 내걸고 당선된 만큼 앞으로도 관련 정책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문성근 민주당 최고위원은 “1% 너희끼리만 해 처먹지 말고 99%도 어울려서 잘살자는 것”이라며 선동성 발언까지 곁들였다.

선거를 앞둔 여야의 포퓰리즘 경쟁은 복지에 한정되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검토, 고속철도(KTX) 경쟁체제 도입 보류를 밝혔다. 이번 주에는 재벌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정책에 더해 중소기업 고유 업종 법제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재벌 개혁, 법인세 증세를 외치고 있다. 한나라당의 움직임은 예견되는 민주당의 포퓰리즘 대(大)공세를 사전에 김 빼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결과는 ‘야당 2중대’ 역할이다. 이에 대해 국가적 후유증을 걱정하며 경고음을 울리는 시민사회단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선심성 정책은 공짜가 아니다. 반드시 납세자에게 비용청구서를 보낸다. 10개의 선심성 정책이 있다면 일부가 한두 개의 혜택을 보겠지만 10개 전체의 재원을 모두 나눠 부담해야 한다. 어떤 정책을 취하고 버릴지를 납세자가 직접 선택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들의 복지와 선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제 성장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성장이 멈추면 국가경제는 제자리 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경제의 변방으로 밀려나 삼류국가가 되고 만다. 일자리, 서민생활 안정은 물론이고 복지 재원조차 성장에 달려 있다. 유권자들은 선심 공세가 경제 성장을 막아서는 것이 아닌지 적극적인 감시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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