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동성]학생들 나눔활동 생활화… 젊은이가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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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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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 지속경영학회장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 지속경영학회장
지난해 12월 6일 동아일보가 주최한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한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 사회에 큰 충격과 함께 귀중한 메시지를 주고 갔다. 포터 교수에 의하면 세계 굴지의 대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명분으로 다양한 사회봉사를 하고 있는데도 이들의 명성, 즉 대기업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별로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포터 교수는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 기업들이 대부분 사회 요구에 의해 마지못해 CSR 활동을 하기 때문에 진정성이 없다. 둘째, CSR 활동은 기업이 이익을 내는 동안에는 어느 정도 유지하겠지만 손실을 내는 순간 제일 먼저 줄일 것이기에 지속성이 없다.

포터 교수는 진정성과 지속성이 없는 CSR 대신 공유가치 창조(CSV·Creating Shared Value)를 제안했다. 기업이 내는 이익을 똑같이 취급할 것이 아니라 사회에 도움을 주는 이익과 사회에 해독을 끼치는 이익을 구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품회사의 경우 과거에는 기름지고 달콤한 음식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더 많이 먹게 한 결과 회사 매출액은 늘었지만 사회에는 더 많은 비만증 환자와 당뇨병 환자가 생겨났다. 그러나 이제는 자연식품(홀푸드)처럼 건강식품 회사가 더 많은 매출액을 올리는 동시에 사회 구성원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 포터 교수는 이런 연구 결과를 가지고 세계 유수 기업에 CSV를 소개하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포럼이 있던 날 최고경영자(CEO)들과의 비공개 환담에서 포터 교수는 다음과 같이 소신을 밝혔다. “대기업에 가보면 나이 많은 중역들은 CSV에 좀처럼 동조하지 않는다. 반면 젊은이들은 너나없이 CSV에 열광한다. 그래서 나는 늙은이보다는 젊은이들에게 CSV를 전파하기 위해 기업을 방문한다. 젊은이야말로 머지않아 그 기업의 리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포터 교수의 얘기를 들은 CEO들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외국 젊은이들처럼 변하려면 아직 10년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포터 교수는 “선진국 기업뿐 아니라 칠레, 페루와 같은 개도국 기업에서도 젊은이들의 반응은 똑같더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런 대화를 옆에서 들으면서 최근 있었던 경험을 떠올렸다.

2006년 사회적 기업의 대명사로 꼽히는 방글라데시의 소액금융 전문은행인 그라민은행과 설립자 무함마드 유누스 총재가 공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 후 우리나라 대학 사회에서는 사회적 기업을 연구하는 동아리가 여럿 만들어졌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나는 “사회적 기업도 인기를 타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서울대 경영대는 한 학기에 100만 원씩 학생 동아리들에 사회봉사 활동비를 주는 나눔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그런데 신청한 동아리 명단을 보니 사회적 기업을 연구하는 동아리는 하나도 없었다. 우연히 사회적 기업을 연구하는 동아리 회장을 만나 “왜 신청하지 않았는가” 하고 물어보니 “우리들은 용돈을 쪼개 쓰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모은 돈으로 사회봉사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반면 사회봉사 활동비를 신청한 동아리들은 기업재무 연구, 연극, 중한경제 연구, 테니스 등 겉으로만 보면 사회봉사와 무관한 동아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제출한 활동 내용을 보니 금융 분야에서의 나눔 실천 방안 연구, 지역 청소년들의 연극 공연 지원, 지역 주민들에게 중국 경제 알리기, 소외계층 어린이들을 위한 테니스 강습 등 사회봉사 동아리 못지않은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이런 동아리들을 보면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학생들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나눔 활동을 생활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일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기주의자도 아니고 윗사람들에게 끌려다니는 존재도 아니다. 이들은 선진국 개도국에 관계없이 해외 젊은이들과 함께 따뜻한 마음, 열린 자세를 가지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다. 젊은이가 미래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대 교수 지속경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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