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왕따와 폭력, 학교와 교사 함께 책임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일 03시 00분


지난해 12월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중학교 2학년생 S 군 사건에 대해 학교 측은 “우리 학교에는 학교폭력은 없다” “왕따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동료 학생들은 “학교와 선생님들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며 장례식장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학교폭력은 학교와 교사, 이를 감독하는 관할 교육청에 연대 책임이 있다. 최근 대법원은 2001년 3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친구들의 집단폭행을 견디다 못해 아파트 4층에서 뛰어내린 6학년 학생의 부모가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학교와 담임교사는 부모를 대신해 학생의 학교생활을 보호, 감독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교육은 교사와 학생의 소통에서 시작된다. 학교폭력을 몰랐다고 발뺌하는 것은 교육자의 자세가 아니다. 교사와 학교가 학교폭력을 추방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으면 어떤 대책도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추가적인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서는 학교 측이 전학 퇴학 같은 조치로 가해자를 피해 학생으로부터 격리해야 하는 데도 지난 3년간 격리처벌을 내린 경우는 전체 학교폭력의 6.2%에 그쳤다. 정년을 앞둔 일선 교장들이 학교폭력이 외부로 불거지는 것을 꺼려 덮고만 가려다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초중고교에서 여교사 비율이 70∼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주로 거친 남학생들이 가해자인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지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경찰 등 관계 당국은 단속을 강화하고 학교폭력을 일반 형사사범 차원에서 다루겠다는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았다. 하지만 학교폭력을 근원적으로 차단하려면 단속 이전에 예방이 중요하다. 학교폭력을 사전에 차단할 전문 상담 인력을 학교 안에 상주시키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일부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학생인권조례를 앞세우는 바람에 학생 생활지도가 어려워졌다는 하소연이 일선 학교에서 나온다.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생활지도를 못해 왕따와 폭력을 예방하지 못함으로써 죽음으로 내몰린 학생들의 인권은 누가 보호해줄 것인가. 여러 교육주체들이 학교폭력 추방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만 비극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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