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당정치와 의회민주주의를 살려야 할 사람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일 03시 00분


국회는 올해 예산안도 여야 합의로 처리하지 못해 4년 연속 ‘합의 처리 불발’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헌법에 명기된 예산안 처리 기한(지난해 12월 2일)을 2003년부터 연속 9년째 어겼다. 그러면서도 여야 할 것 없이 4월 총선을 의식해 1조 원가량의 국회의원 지역구 예산을 증액하는 데는 잽싸게 움직였다.

국회 법사위는 연말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국회의원 입법로비에 면죄부를 주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기습 처리했다.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입법로비 사건으로 기소된 국회의원들을 구제하고 정치 후원금 수수를 용이하게 하려는 의도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은 제대로 안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과 직결된 일에는 뻔뻔스러울 정도로 의기투합한다. 이러니 의원들을 보는 국민의 눈이 고울 리 없다.

새해를 맞아 언론사들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기성 정당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고 대선 출마 의사조차 밝히지 않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여전히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각광받고 있다. 4월 총선에서 여당도 야당도 아닌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겠다거나 아직 지지 정당을 정하지 못했다는 사람이 10명 중 4명이다. 대선 후보를 결정할 때 고려할 사항 가운데 소속 정당을 보겠다는 사람은 3.6%에 불과하다.

지난 한 해 정당들은 제 역할을 다해 사회적 갈등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확대 재생산하는 데 앞장섰다. 정당정치가 이 모양이니 대화와 타협, 다수결 원칙이 존중받는 의회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때 여야가 맞부딪치면서 쇠망치 전기톱에 이어 최루탄까지 동원하는 국회 폭력이 발생했다. 정당의 당론 앞에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의 의사도,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도 무시되기 일쑤다. 구태(舊態)에 찌든 국회의 모습은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킨다.

한나라당이 외부 인사를 영입해 내부 개혁을 도모하는 쇄신의 몸살을 앓고 있다. 야권은 통합으로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넘어서기 위한 고육책(苦肉策)이다. 새해는 정치권이 정당정치와 의회민주주의를 살려내 총선과 대선에서 당당히 심판받는 한 해가 되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