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연욱]계륵(鷄肋)과 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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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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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는 쥐가 많아. 고양이가 없어서….” 정봉주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26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죄로 수감되기 직전에 한 말이다. 민주통합당의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다.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을 뿐 이 대통령을 ‘쥐’에 빗댄 말이다. 정 전 의원은 나중에 “교도소에 쥐 잡으러 간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비판하더라도 촌철살인(寸鐵殺人)으로 해야지, 전직 의원이 10대 누리꾼들의 흉내를 내니 천격(賤格)이 따로 없다.

▷2006년 노무현 정권의 청와대는 ‘인기가 떨어진 노 대통령이 계륵(鷄肋)같은 존재라는 얘기가 열린우리당 내에서 나온다’고 쓴 한 칼럼을 문제 삼았다. 계륵은 버리기에는 아깝고 먹을 만 한 살은 별로 없는 닭의 갈비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를 말한다. 삼국지에서 조조가 사용한 이후로 널리 쓰인 표현이다. 당시 청와대는 “국가원수를 먹는 음식에 비유했다” “사회적 마약” 운운하며 해당 신문사에 대한 취재협조를 거부하겠다고 나섰다. ‘계륵 대통령’보다는 ‘대통령=쥐’라는 표현이 더 천박해 보인다.

▷2009년 미국 공화당 소속 한 고위정치인은 페이스북에 ‘동물원에서 탈출한 고릴라가 (대통령 부인인) 미셸 오바마의 조상 가운데 하나임을 확신한다’는 글을 올렸다. 점잖지 못한 인종비하(人種卑下)적 표현이었다. 이 글이 문제가 되자 이 정치인은 지역 방송에 출연해 “누군가를 화나게 한 것에 대해 정말 미안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문제가 된 페이스북의 글도 내렸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 사과를 하기보다는 주요한 투쟁경력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선거 현장에선 ‘3 대 3 대 3’ 법칙이 있다. 우리나라처럼 여야 일대일 구도가 팽팽하면 핵심 지지층이 3 대 3으로 나뉘고 나머지 ‘3’의 중도층이 성패를 가른다는 내용이다. ‘이 대통령=쥐’ 공세는 이 대통령에 반대하는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정치적 효과가 있겠지만 금도를 넘어선 비판은 중도 성향 유권자의 반감을 살 수도 있다. 자신을 향한 비판에는 성마른 반응을 보이면서 상대방에 대해서는 저질 인신공격을 내지르는 정치인은 인격수양이 덜돼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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