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복의 義人 우러르는 사회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6일 03시 00분


경기 송탄소방서 이재만 소방위(39)와 한상윤 소방장(31)은 평택시 가구전시장에서 3일 아침 발생한 화재 현장에 출동명령을 받고 5분 만에 도착했다. 두 소방관은 전시장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휴대용 소화기만 들고 들어갔다가 갑자기 불길이 번지는 바람에 빠져나오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평소에도 화재 현장에 누구보다 먼저 달려갈 정도로 헌신적이었고 사명감이 투철한 대원들이었다고 동료들은 전했다.

이들은 위험한 상황에 기꺼이 몸을 던져 국민의 생명을 구하려다 희생된 제복의 의인(義人)들이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드린다. 한 소방장은 네 살짜리 쌍둥이 아들과 임신 중인 부인을 남기고 떠났다. 이 소방위는 형제가 소방관이다. 우리는 이들의 고귀한 죽음 앞에서 삼가 머리를 숙인다. 이 소방위의 아버지 이달희 씨(72)가 “국가의 아들로서 부끄럽지 않게 죽었으니 여한이 없다”고 한 말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강원 화천경찰서 상서파출소 배근성 경사(43)의 희생도 참으로 안타깝다. 그는 승용차가 전신주를 들이받은 사고 현장에 출동해 위험을 무릅쓰고 인명을 구했지만 정작 본인은 감전돼 숨졌다. 그는 평소 ‘경찰이 천직’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제복에 자부심을 가졌던 모범 경찰관이었다. 그도 어린 두 아들의 아버지였으며 홀어머니를 모시던 효자였다. 하늘도 야속하다. 어찌 이렇게 의롭고 착한 사람들을 일찍 데려간단 말인가.

어제 오후에는 경북 예천에서 T-59 고등훈련기가 추락해 타고 있던 박정수(34) 권성호 소령(33)이 순직했다. 권 소령은 공사 동기생인 부인이 국내 첫 여성 전투기 조종사여서 동료들의 아픔이 더욱 컸다. 박 소령은 어린 두 딸을, 권 소령은 세 살배기 아들을 두고 홀연히 떠났다.

우리가 북한의 위협 속에서도 생업에 종사하고, 마음 놓고 밤길을 거닐 수 있는 것은 군인 경찰관 소방관들의 희생과 헌신 덕택이다. 우리는 그들의 노고를 항상 고맙게 여기고 처우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임무 수행 중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군경과 소방관에 대해서는 본인은 물론이고 유족들에게도 충분한 예우와 보상을 해주고 희생을 기리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는 유공 MIU(Men In Uniform·제복 입은 사람들)와 유족을 대상으로 ‘영예로운 제복상’을 제정해 내년 1월부터 매년 시상한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MIU 덕분에 우리 사회가 튼튼하게 유지될 수 있다. ‘영예로운 제복상’이 제복의 의인들에게 기쁨과 보람을 주는 상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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