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줄여도 시원찮을 국회의원 늘리지 마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8일 03시 00분


민간인들로 구성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지역구 의원을 3명 늘리고 비례대표(전국구) 의원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늘리자는 의견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마련했다. 이 안이 그대로 국회에서 채택된다면 현재 299명인 국회의원 정수가 302명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국회의원 수를 줄여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늘리자니 국민 여론은 전혀 의식하지 않은 발상이다.

2001년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선거구 간의 인구 편차를 최대 3 대 1로 맞춰야 하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를 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2008년 18대 총선 때는 지역 선거구를 2곳 늘리고 그 수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줄였다. 내년 4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위는 지역 선거구를 현행 245곳에서 248곳으로 늘리는 것으로 결론 냈다. 그렇게 되면 비례대표를 현행 54명에서 51명으로 줄여야 299명 정수를 맞출 수 있다.

사회가 복잡화 다양화하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입법부의 전문성을 높이고 정치권과 사회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가 비례대표로 많이 국회에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례대표는 정당 투표수에 비례해 의원을 할당하기 때문에 1표 차로 당락이 엇갈리는 지역구 대표에 비해 사표(死票) 방지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렇다면 비례대표를 늘리고 대신 지역구 대표를 줄여 정수를 맞추는 게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2005년에 국회의장 직속의 민간 자문기구가 정수를 299명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대표는 20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99명으로 늘리는 안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거구 간의 인구 편차 기준을 3 대 1이 아니라 2.5 대 1로 낮추면 지역 선거구를 5곳 줄일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다.

국회와 정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바닥에 이르렀다. ‘안철수 현상’도 결국 국회와 기성 정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 추락 탓이 크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은 도무지 반성할 줄 모른다. 본업은 소홀히 하면서 세비(歲費)를 올리고, 보좌관을 늘리고, 연금을 늘리는 일에는 열성이다. 고성을 지르며 싸우다가도 기득권 지키는 일에는 여야 구분 없이 공조하니 국민의 존경심과 신뢰가 우러날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최소한의 염치를 안다면 의원 정수를 늘리는 일은 꿈도 꾸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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