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장경제 흔드는 기업 비리 차단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3시 00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그제와 어제 SK그룹 10여 개 계열사 및 관련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이 그룹의 일부 최고경영진이 개인적인 선물(先物)투자에 사용하기 위해 2000억 원 이상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가 검찰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 수사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몇몇 임원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SK그룹은 삼성과 현대자동차그룹에 이은 자산 기준 국내 3위의 대기업집단이다. 만약 오너 일가(一家)나 고위 경영진이 회사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임직원과 일반 주주, 사회에 해악을 미치는 범법 행위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고 불법 행위에 가담한 임직원은 법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한다. 다만 지난날의 몇몇 기업 수사처럼 혐의를 부풀리거나 사건 본질에서 벗어난 별건(別件)수사 논란을 빚어서는 안 된다. 검찰은 명백한 증거 위주로 수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최근 3년간 국내 증권사 임직원 329명이 불법 주식거래를 했다가 금융감독원에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고객 돈을 마음대로 운용하는 일임매매, 업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한 내부 거래, 금융실명법 위반 등 불법행위의 유형도 다양하다. 증시가 불안할 때마다 금융당국이 증권사 사장들을 불러 ‘증시 안전판’ 역할을 주문했지만 정작 상당수 증권사 임직원은 자기 이익을 챙기기에 바빴던 셈이다.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사익(私益)에 눈이 어두워 시장을 교란하고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친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한국 사회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뒤늦게 자본주의 요소를 도입한 중국보다도 반(反)기업·반시장 정서가 강하다는 말이 나온다. 일부 급진 세력이 이념적, 정략적 목적으로 ‘시장과 기업의 실패’를 과장해 선동한 탓도 있으나 걸핏하면 터져 나오는 일부 기업 및 기업인의 불법 탈법 행위가 국민에게 반감을 불러일으킨 측면도 크다.

불필요한 기업 규제를 혁파하고 열심히 뛰는 기업인의 사기를 북돋아줘야 하지만 기업 임직원의 비리를 방치하는 것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과 전혀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일부 기업 및 기업인의 불법 탈법 행위는 건전한 시장경제를 흔들고 반시장 세력이 발호하는 토양이 된다. 시장경제를 지키고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기업 임직원의 각성이 필요하다. 성한 사과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썩은 사과를 가려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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