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세금 도둑’ 같은 직업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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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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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의 사회보장 및 노동 분야 책임자인 아루프 바네르지는 작년 10월 “모든 국가의 최우선 어젠다인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직업능력 개발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같은 달 “일을 하는 것이 복지 혜택 속에 사는 것보다 훨씬 낫게 해서 자력(自力)으로 가난의 덫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정책이라는 데는 많은 경제학자도 동의한다. 취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직업교육은 갈수록 중요한 정책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고용노동부의 위탁을 받아 1994년부터 운영해온 인력개발원은 민간위탁 직업교육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올해 2월 수료한 2년제 과정 교육생 1861명 중 98%를 넘는 1831명이 일자리를 찾았다. 산업현장의 수요에 부응하는 실무교육 중심의 맞춤형 프로그램이 돋보인다. 20년 가까운 역사를 거치면서도 거의 잡음이 안 나올 만큼 조직 운영도 투명하다.

▷‘물을 흐리는’ 일부 기관이나 사람 때문에 민간위탁 직업교육이 나랏돈 낭비로 이어지는 사례도 눈에 띈다. 고용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광주(光州)의 S직업전문학교 선박기관정비 과정에 지난해 등록한 102명의 훈련생 중 약 60%인 61명이 70세를 넘었고 5명은 80대 고령자였다. 이 직업학교가 2억5900만 원의 위탁훈련비를 지급받으려고 노인들을 대거 모집해 위탁 인원을 채웠다는 의혹이 짙다. 고령자 직업교육이 필요한 분야도 있겠지만 70, 80대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선박정비 교육이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식의 민간위탁 직업교육이라면 세도(稅盜·세금 도둑)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정부가 모든 직업교육을 맡는다면 공무원 수와 예산만 늘리고 ‘탁상 행정’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클 것이므로 민간에 일부 위탁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민간에 맡기더라도 지원한 예산이 제대로 쓰이는지 정부는 엄정하게 감독할 책무가 있다. 광주지방고용청은 작년 6월 S직업전문학교를 현장 감독했지만 ‘별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공무원 개인 돈에서 훈련비가 나갔더라도 그렇게 감독이 허술했을까. 위탁받은 기관과 관련 공무원 모두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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