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在野 보수 끌어안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9일 03시 00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범(汎)보수우파 시민후보로 나서겠다고 선언했던 이석연 변호사가 사실상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출마를 선언한 이후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선거 캠페인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보고 불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출마 포기는 이 변호사를 후보로 추대한 재야(在野) 보수 세력이 갖는 정치력의 한계를 보여준다. 진보 좌파 성향의 범야권 외곽 단체들이 기민하게 이슈를 만들어내고 야당과 조직적으로 손발을 맞추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재야보수 세력은 아마추어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이석연 시민그룹’이 기존 정치 지형에 미친 영향도 적지 않다. 짧은 기간이나마 세력화한 모습을 보이며 한나라당에 실망한 보수우파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이들의 정치 실험은 우파적 정체성마저 외면하고 현실에 안주한 한나라당에 던진 경고장이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노선 경쟁을 벌이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한나라당의 대안세력으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나라당이 수도 분할과 복지 포퓰리즘을 막아내지 못하고 대한민국의 이념적 기초마저 흔들리게 한 데 대해 실망한 지지층이 많았다.

재야보수 세력은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주요 정치 일정을 앞두고 보수적 가치에 기반을 둔 정책 대안을 준비하고 상설 협의체를 가동하면서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 이 변호사도 출마 선언 이후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것에 안주하지 말고 헌법적 가치를 전파하는 활동에 매진한다면 보수 정치세력 내부에 선의의 경쟁을 촉진하고 스스로도 정치적 활로(活路)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변호사의 불출마로 한나라당은 또 한 번 시험대에 섰다. 재야보수 세력이 던진 메시지를 수용해 우파적 가치에 굳건하게 뿌리내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재야보수 세력을 끌어안으면 당의 외연(外延)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과거에 당을 운영할 때 재야 민주화세력을 수혈하면서 당 쇄신 효과를 이끌어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169석의 원내1당이자 집권세력인 한나라당이 야당의 ‘단일화 흥행’을 무조건 따라할 필요는 없다. 책임의식 있는 여당답게 차분히 시정(市政)의 비전을 제시하면서 민생 정책의 대결을 주도한다면 유권자들에게 차별화한 선거운동으로 비칠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사분오열된 당내 정파들의 단합을 이끌어내는 일도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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