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박경신 위원의 논점 흐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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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31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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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성기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던 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고려대 교수)이 이번에는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가 여성 성기를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 ‘세상의 근원’을 올리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다. 박 위원이 비판받는 것은 방통심의위원 9명 가운데 박 위원을 제외한 8명이 음란물 판정을 내리고 삭제 조치를 취한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행동 탓이다. 그는 표현의 자유에 관련된 문제인 것처럼 교묘히 논점을 흐리고 있다.

▷‘레드 헤링(red herring)’이란 말에는 ‘훈제 청어’란 뜻 외에 ‘사람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훈제 청어는 냄새가 독하다. 사냥감을 쫓던 개가 그 냄새를 맡으면 혼란을 일으켜 사냥감을 놓치기 쉬워 도망자들이 갖고 다니던 생선이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레드 헤링은 논리학에서 엉뚱한 데로 사람의 관심을 돌려 논점을 흐리는 것을 지칭한다.

▷레드 헤링에는 다양한 수법이 있다. 인신공격이 그중 하나다. 가령 기독교 교리가 논점인데 갑자기 목사의 비윤리적 행동을 거론하며 기독교 교리를 부정하는 경우다. 박 위원은 병역 기피를 위해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스스로 밝힌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민주당이 방통심의위원에 추천한 것에 대해 말이 많다. 그렇다고 성기 사진 논란을 놓고 그의 이런 경력을 꺼내 비판한다면 그것은 인신공격성 레드 헤링에 해당한다. 미국 국적자가 한국의 민감한 이슈에 대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 권리가 있는지는 별론(別論)에 속한다.

▷너무 광범위해 논의해봐야 쉽게 결론이 나기 힘든 논점으로 바꿔치기하는 ‘허수아비(straw man) 공격의 오류’도 레드 헤링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맥주에 대한 법을 자유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중독성 물질에 대한 무제한적 접근을 허용하는 사회는 망한다’고 반박하는 식이다. 박 위원 문제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위원회에서 자신이 반대했던 사안이라도 다수 결정이 내려지면 승복해야 한다는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그보다 훨씬 광범위한 문제다. 방통심의위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생각하면 일단 위원직부터 그만두고 내려와 논쟁을 시작하는 게 순서일 듯하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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