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경임]기부 받을 처지 놓인 중증외상센터, 누구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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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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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임 교육복지부 기자
우경임 교육복지부 기자
“정부가 중증외상센터를 세금으로 지원할 수 없다면 기부를 하겠습니다.”

6일 본보 기사 ‘石선장 살린 곳 생사 기로 섰다’를 읽은 독자 박모 씨(76·경기 성남시)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를 도울 방법이 있으면 알려 달라는 얘기였다. 박 씨는 “10년간 홀로 사투를 벌이는 이국종 교수를 지켜보기 안타깝다”며 “결국 돈 문제라면 적은 금액이지만 기부할 방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독자의 온정에 새삼 감사했다. 기사를 쓴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씁쓸한 뒷맛이 남았다. 한국에서 의사는 최고 전문직으로 꼽힌다. 병원은 이런 고급 인력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다. 그런데 어쩌다 시민의 기부를 받아야만 하는 처지가 되었는가.

중증외상 환자는 진료할수록 손해를 보기 때문에 민간 병원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환자다. 한국에서 공공병원 병상은 전체 병상의 11%로, 선진국의 3분의 1∼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공공의료 기반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수익이 나지 않는’ 진료 분야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우리 중증외상의료체계는 스타 교수 한 명에게 의존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교수는 대통령의 지시에도 움직이지 않는 관료사회에 대해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부처끼리 서로 핑퐁만 한다. 한국에는 공무원 정치인이 30만 명이라는데, 오만의 술탄 한 명보다 못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도 요지부동이다. 지난해 8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아주대병원 현장을 단체로 방문했다.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지원도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관련 법안이 통과했다는 소식은 아직도 들리지 않는다.

6일 보도를 계기로 국회에서는 아주대병원의 해명을 들어볼 계획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중증외상센터를 5년간 순차적으로 20곳을 세우자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런 상황을 예측이라도 한 듯 “10년간 반짝 관심이 3번 정도 반복됐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정말 지친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혹 이번에도 말잔치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를 덧붙인다. 정구영 이화여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5월 국회 토론회에서 “신속한 구조와 치료가 있었다면 구할 수 있었던 중증외상 환자의 비율은 2010년 34.9%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알려졌던 32.6%(2007년)보다 높아진 수치가 외상센터 정상화가 더욱 절실해졌음을 보여준다. 이번에야말로 중증외상센터가 제대로 가동되기를 기대해본다.

우경임 교육복지부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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