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어린이날 단상(斷想)

  • Array
  • 입력 2011년 5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에서 1900년 무렵만 해도 ‘어린이’라는 말은 널리 사용되지 않았다. 아동기(兒童期)가 인생의 특별한 시기로 취급되기 시작한 것은 근대에 들어와서다. 근대 이전만 해도 인간은 태어나서 그저 귀여움의 대상이었다가 어느 순간 어른의 세계로 진입하는 존재였다. 유교사회에서는 소학(小學)의 남녀칠세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란 말에서 보듯 아이는 7세 이후 갑자기 성인에게 적용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윤리의 세계로 들어갔다.

▷역사적으로 보면 어른에게서 젊은이가 떨어져 나오고 다시 젊은이에게서 어린이가 떨어져 나왔다. 소파 방정환(小波 方定煥)은 1920년대에 일찍이 “젊은 사람은 젊은이라고 하듯이 나이가 어린 사람은 어린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해 젊은이와 어린이를 구별했다. 어린이란 말은 17세기 ‘가례언해(家禮諺解)’ 등에서 간혹 보이긴 하지만 이를 널리 보급한 것은 소파의 공(功)이다. 소파는 1923년 ‘어린이’란 이름의 월간지를 만들었고 일본 도쿄에서 어린이 문제를 연구하는 색동회를 창립했다.

▷국제 어린이날은 6월 1일이다. 1926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아동복지를 위한 세계회의’가 제정한 날이다. 옛 공산권 국가가 대체로 이날을 어린이날로 기념한다. 중국에서도 6월 1일이 어린이날이다. 한국과 일본은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삼았다. 어린이를 각별히 대우하는 대부분의 서유럽국가와 미국에는 따로 정해진 어린이날이 없다. 그 나라 부모들에게는 모든 날이 어린이날이다. 한국 일본 중국은 어린이날을 단순히 기념일이 아니라 국가적 휴일로 삼은 몇 안 되는 나라에 속한다. 유교사회에서 ‘어린 것’이라고 부당하게 취급했던 어린이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한 것인지 모른다.

▷어린이는 대체로 7∼13세를 말하며 7세 미만의 유아와 구별한다. 형법상 미성년자는 14세 미만이다. 정보통신법도 14세 미만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려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부모들은 대개 자식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청소년으로 대우해 어린이날 선물을 주지 않는다. 아동학자들은 중학교 1학년 혹은 2학년까지는 어린이로 대하면서 청소년기로 서서히 넘어가도록 하는 것이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