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장경제 파괴하는 신용 좀비, 정부는 뭐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8일 03시 00분


증권사 임직원과 짜고 증권회사에서 받은 고속 서버로 주식워런트증권(ELW) 불법 거래를 벌여 수백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초단타 매매자(스캘퍼)가 구속됐다. 스캘퍼에게 부당이익을 챙겨준 대신 증권회사는 거래수수료 수입을 올리며 공생 관계를 맺었다. 파생상품에 투자할 기회를 준다는 말에 속은 일반투자자들만 손해를 봤다. 주식시장에 공정한 규칙이 없다면 시장 자체가 존립할 수 없다. 증권회사의 불공정 거래를 막아야 할 금융당국은 늑장을 부려 사태를 키웠다.

광고 상품을 인기 높은 ‘프리미엄 상품’ ‘베스트셀러’인 것처럼 전시해 소비자를 속인 G마켓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 사업자 3개사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살 때 인기를 끌거나 유행하는 품목, 고급스러운 품목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심리를 악용한 것이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소비자의 선택을 왜곡하는 파렴치 상행위가 판을 치면 시장경제는 공정하게 작동할 수 없다. 오픈마켓 업체들은 소비자들을 속여 수천억 원의 부당매출을 올렸는데도 공정위는 고작 18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규정에 따라 위원회에서 의결한 것’이라지만 법 위반 업체의 죄질이나 부당이익 규모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이다. 이 정도라면 누가 애써 법을 지킬지 의문이 생긴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서 돈을 못 찾는 예금자들이 금융감독원 부산지원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힘 있고 배경이 든든한 사람들만 미리 돈을 찾아갔으니 돈을 못 찾는 사람들이 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장경제를 파괴하는 신용 좀비들을 단속해야 할 정부는 그동안 뭐하고 있었는가.

우리 사회의 부패와 비리는 크고 작은 시장의 불공정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과 성장 회복에 자부심을 가질지 모르지만 시장질서가 이렇게 어지러워서는 성장도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한국경제의 선진화와도 직접 관련된 문제다. 정부는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신용사회를 좀먹는 좀비들을 어떻게 없앨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신용파괴 부패와 비리가 창궐하는 사회에서는 경제발전도 선진화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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