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중일 원전안전 협의체제 필요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6일 03시 00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가 자국 법정기준의 100배가 넘는 방사능 오염수 1만5000t을 바다로 방류하면서도 한국에는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사정이 다급했다고 해도 이웃나라를 염두에 두지 않은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중국은 분화(噴火) 가능성이 있는 백두산에서 불과 100km 떨어진 징위(靖宇) 현에 7월부터 새로운 원전을 건립하는 공사에 착수한다고 한다. 만약 중국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한반도에는 방사성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바로 유입돼 심각한 피해를 본다.

원전 입지(立地)는 인접국에 매우 민감한 문제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에 따른 방사능 오염 피해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원전 사고에서 국경은 무의미하게 됐다. 이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994년 원자력안전협정을 제정해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원자력안전협정은 원전 반경 25km 이내에 인접국이 있을 경우 인접국의 허락을 받아야 원전을 지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북아시아는 유럽과 함께 세계에서 원전이 가장 밀집한 지역이다. 한국 21기, 일본 54기, 중국 13기의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 중국이 계획했던 원전 수는 모두 215기나 된다. 중국의 원전 운영 및 안전관리 역량은 아직 미덥지 못한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일본 및 중국과 원자력협정을 맺고 있으나 원자력 기술에 대한 보안의식과 제3국에 대한 수출 경쟁 때문에 실질적인 교류는 미미하다. 기술 교류 문제는 일단 접어두더라도 안전 분야에서는 한중일의 협력 강화가 절실하다. 이번에 일본이 요청한 붕소를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최우선적으로 제공한 것은 국제 협력의 좋은 본보기다. 원전 사고 수습에 필요한 물품을 서로 신속히 제공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해야 한다. 이 점에서 사고 은폐를 꾀하고 정보 공개에 소극적인 도쿄전력의 태도는 잘못됐다. 일본을 도우러 들어간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USNRC) 소속 과학자들까지 현장에서 철수해 도쿄전력을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주도로 시작된 핵 안보 정상회의 2차 회의가 내년 3월 한국에서 개최된다. 이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 핵 대응뿐 아니라 동북아의 원전 안전 협의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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