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백두산 공동연구에 北核 안전점검도 같이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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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와 현지답사, 학술토론회 등을 추진하기 위한 협의를 하자고 우리 정부에 제의했다.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백두산 문제를 앞세워 자신들의 의도대로 남북대화와 6자회담을 끌고 가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제의에 꼼수가 개재돼 있음이 분명해 보이지만 우리가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현재 휴화산 상태인 백두산은 분화 및 폭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약 1000년 전 대규모 분화가 있었고 이후 몇 차례 소규모 분출을 보였다는 기록이 있다. 지난해 한국지질학회 추계학술회의에서는 최근 백두산 일대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빈도가 과거보다 10배 이상 잦고, 백두산 정상에 위치한 천지의 지형이 변화하는 분화 징후가 있다는 발표가 나왔다. 분화에 앞서 배출되는 이산화황(SO2) 성분도 검출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 국가지진국 지질연구소는 “2014∼2015년쯤 폭발할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남북한이 공동 조사를 통해 미리 위험성을 분석해 본다면 재해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백두산이 폭발한다면 반경 수십 km 지역이 용암과 화산재, 산사태 등으로 거의 초토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기는 하다. 20억 t의 수량(水量)을 가진 천지가 붕괴되면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을 중심으로 엄청난 홍수가 발생할 것이다. 화산재는 남북한은 물론이고 일본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 한반도가 입게 될 경제적 사회적 피해가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수백 년간 분출이 없었던 백두산보다 훨씬 위험한 것이 북한 핵(核)시설이다. 확인된 북한 핵시설만도 평안북도 영변에 위치한 5MW급 실험용 원자로와 IRT-2000 원자로, 재처리 방사실험실, 핵연료 가공공장,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다. 이곳에는 2012년 완공 예정으로 소규모 실험용 경수로도 건설 중이다. 어딘가에 다른 우라늄 농축시설도 갖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작년 11월 평양을 방문해 북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확인한 미국의 핵과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북한 핵시설의 안전성이 매우 긴급한 문제라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이 두 차례 핵실험을 한 함경북도 풍계리의 지하 핵실험장은 백두산에서 그리 멀지 않다. 대지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사고가 생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사례를 보더라도 백두산 폭발과 북한 핵시설의 안전 문제는 별개로 볼 수 없다. 남북이 백두산 공동연구를 하게 된다면 북한 내 모든 핵시설의 안전성 점검 문제도 의제로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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