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김영하 인터넷 절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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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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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영하가 그제 블로그와 트위터에서의 글쓰기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모 신문이 지난달 28일 사망한 32세의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굶어죽은 것처럼 보도한 것이 발단이었다. ‘지금이 어느 땐데 젊은 사람이 굶어죽나’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보도였으나 기정사실화하면서 예술인의 생활고를 동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예술가의 밥은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논쟁도 일었다. 김영하는 ‘당분간’이라는 전제하에 예술가 자신의 책임을 주장했다가 논란이 되자 인터넷 절필(絶筆)을 선언했다.

▷최 씨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니던 시절 이 학교 교수였던 김영하는 최 씨의 죽음이 아사(餓死)가 아니었다는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 그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최 씨가 굶어죽었다고 믿고 있는데 놀랐다”면서 “직접 사인은 영양실조가 아니라 갑상샘기능항진증과 그 합병증으로 인한 발작이었다고 고인의 마지막을 수습한 친구들로부터 들었다”고 썼다. 그는 “최 씨는 재능 있는 작가였으며 어리석고 무책임하게 자존심 하나만으로 버티다 간 무능한 작가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최 씨의 죽음을 ‘아사’로 키우고 싶은 매체들은 야단이 났다. 일부 정치인 장관들도 이런 분위기에 영합했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예술인 복지법’ 제정을 운운하며 과잉 반응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최 씨가 죽어가면서 남겼다는 글을 인용해 “그곳에선 남은 밥과 김치가 부족하진 않나요”라는 애도의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러나 애초 보도와 달리 뒤늦게 공개된 최 씨의 쪽지에는 ‘남은 밥’이란 표현은 없었다. 경찰은 최 씨의 사인은 부검 결과 아사가 아니라고 밝혔다.

▷김영하는 “최 씨를 예술의 순교자로 만드는 것도, 아르바이트 하나도 안 한 무책임한 예술가로 만드는 것도 우리 모두가 지양해야 할 양극단이다”라고 말했다. 작가는 거짓과 싸우는 사람이다. 보통 사람이 쉽게 진실이라고 혹은 올바르다고 믿어버리는 것까지 의심할 때 작가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도 아닐진대 ‘아사’라는 표현을 쓰려면 신중해야 한다. 어쨌거나 최 씨는 직접적인 사인과 관계없이 곤궁한 예술가들의 삶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일깨우고 갔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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