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로저 코언]이집트 사태 해피엔딩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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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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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지금 이집트 문제의 핵심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1979년의 테헤란이 될 것인가, 1989년의 베를린이 될 것인가. 즉, 이집트의 미래가 독재자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발판 삼아 급진 이슬람 세력이 정권을 찬탈했던 이란 혁명처럼 될 것인가, 아니면 아랍 독재체제의 종말, 더 나아가 소련 체제의 종말과 맞먹는 민주주의의 승리로 귀결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전자가 아닌 후자처럼 되게 하려면 국제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선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1989년 동유럽권 공산체제 붕괴 당시 미국이 보여줬던 외교적 기술을 다시 한 번 발휘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마셜 플랜의 성과에서도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도 명심할 것이 있다. 1977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하기 위해 예루살렘을 전격 방문했을 때의 용기를 이젠 이스라엘이 배울 차례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적은 모두 잠재적인 이슬람 전사들일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 버릴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민주화 요소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집트에 급격한 정치적 변화가 있을 경우, 이란처럼 급진 이슬람의 폭압 정권이 들어설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랍의 지성들은 “우리는 그간 아랍 국민에게 허용되지 않았던 국민으로서의 권리가 보장되기 시작하는 중대한 국면을 목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두 가지 의견 사이에서 미국은 ‘질서 있는 전환’이라는 중간의 길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은 무바라크가 물러나긴 해야 하지만 지금 당장은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다시 말하자면 아랍에도 1989년 베를린과 같은 민주주의의 승리가 찾아오기를 원하지만 그 과정에서 1979년 이란 상황이 찾아오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1979년 혁명에서 물러난) 이란의 국왕에 너무 오래 매달려 왔다. 그 결과 이란을 잃었고 이제 중동에선 이집트만이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남았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우려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무슬림들이 우리 종교의 적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니 기쁘다”고 했지만 지금 이집트인들은 1979년 이란 혁명에 고무된 것이 아니다. 혁명으로 집권한 현 이란 정권은 자기 눈에 거슬리는 영화감독을 감방에 보내고 반체제 인사들을 고문하고 있다. 이번 이집트의 봉기는 지금까지 이란 정권이 무시해왔던 투표권과 법치주의, 표현의 자유 등 국민의 인권을 위한 봉기다.

미국이 이집트 사태의 해피엔딩을 원한다면 이제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나설 때다. 중동의 산유 부국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에 대해 말잔치만 해왔지 실제 행동에 옮긴 것은 없다. 미국은 이들 나라의 팔을 비틀어 평화논의를 진척시켜야 한다. 이스라엘은 이집트 사태를 반겨야 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사다트 전 대통령을 본받아 이집트의 새 대통령이 탄생하면 카이로로 가서 그를 감싸 안아야 한다. 이집트인이 개인의 인권에 눈을 뜨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아랍인 개개인이 이슬람 전사로 전락할 가능성도 줄여줄 것이다.

아직 우리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이제는 멀리 바라보고 용감해져야 할 때다. 아랍 국민이 재현하고 싶어 하는 1989년은 결국 미국의 1989년이기도 하다.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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