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대화 공세의 ‘얄팍한 속셈’ 확인한 군사회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10일 03시 00분


어제 판문점에서 열린 이틀째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북한 대표는 “천안함 사건은 미국의 조종하에 남측의 대북 대결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특대형 모략극”이라는 억지 주장을 폈다. 북한 대표는 연평도 포격에 대해 “남측이 연평도를 도발의 근원지로 만들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라고 주장한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살인자가 잘못을 떠넘기며 화를 내는 어이없는 일이 남북대화 무대에서 벌어졌다.

북한은 이날 오전까지 실무회담에 이은 고위급 회담에서 다뤄질 의제 등을 논의하다 오후에 터무니없는 주장을 쏟아낸 뒤 회의장을 떠났다. 남한 측이 ‘고위급 회담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와 방지대책을 논의하자’는 요구를 포기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북한은 무력도발에 사과할 뜻이 없으면서도 올 들어 온갖 대화 제의를 해왔음이 확인됐다.

정부는 어제 회담이 결렬되기 전에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 원칙에 동의한다는 통지문을 북측에 보냈다.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를 풀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에서 변화를 보이지 않아 쌀과 비료를 얻을 수 있는 기회도 걷어찼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천안함, 연평도를 포함해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를 논의하자’는 물 타기 전술로 나왔다. 북한은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의 수석대표도 차관급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설사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 해도 무력도발 책임을 거론할 권한이 없는 대표가 마주앉아 엉뚱한 의제를 다루면 북한의 도발 버릇을 고치는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 우리 측은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요구에 그치지 말고 책임자 처벌까지 요구했어야 했다. 한국과 미국이 1년만 더 확고하게 버티며 원칙 있는 대응을 한다면 김정일 정권을 바꿔낼 수도 있다.

북한은 김일성 출생 100년이 되는 내년에 강성대국이 될 것이라고 주민들에게 약속했다. 북한의 대화 공세는 올해 남한에서 최대한 지원을 이끌어내 내년 잔치를 준비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북한이 고위급 군사회담을 먼저 제의하고 이틀 동안 실무회담에 응한 것은 김일성(4월 15일) 김정일(2월 16일) 부자의 생일 준비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뜻을 이루지 못한 북한이 엉뚱한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되 도발 책동에도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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