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만철]장자의 ‘도척’을 통해 본 글로벌 인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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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만철 공주대 총장
서만철 공주대 총장
글로벌 인재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무엇이 글로벌 인재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장자 거협편’에 나오는 도척의 얘기는 시사점을 준다.

도척은 ‘큰 도둑(대도·大盜)’으로 묘사되는 인물이다. 그는 ‘대도의 도(道)’로서 성용의지인(聖勇義知仁)을 제시했다.

‘성’은 ‘훔칠 물건이 많은 부잣집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선견지명’ 정도로 해석된다. 나는 성이 세계의 변화 방향과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통찰력이나 예측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인재가 되려면 미래 변화를 예측해 비전을 만들고 조직 구성원을 하나의 핵심가치로 묶어낼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인재를 꿈꾸는 청소년은 성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과 통찰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용’은 ‘도둑질을 하기 위해 담장을 넘을 때 남들보다 먼저 담장을 넘을 수 있는 용기’다. 삼호주얼리호의 해적 소탕 때 선두에 섰던 해군 특수전여단 안병주 소령과 김규한 대위가 보여준 ‘나를 따르라!’ 정신이 용이다. 카오스로 점철된 현재는 솔선수범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용의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의’는 ‘도둑질을 마치고 현장에서 빠져나올 때 맨 뒤에 나오는 정신’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조직과 구성원을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내하며 자신의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의의 본질이다. 삼호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처럼 의를 실천하면 주위 사람에게서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

‘지’는 ‘도둑질을 하기 위해 부잣집에 들어갔을 때 귀중품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는 후각능력’이다. 이를 현대에 맞게 해석하면 다양한 정보와 지식으로 무장된 문제 해결 능력이다. 지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추론기술 습득과 독서, 지연(知緣)과 사연(事緣) 중심의 인맥 쌓기, 자원봉사, 동아리 활동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인’은 ‘훔친 물건을 배분할 때 하후상박(下厚上薄)의 원칙에 따라 배분하는 자세’다. 아랫사람에게는 관대하고 윗사람에게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요구하는 것이 인이다. 글로벌 인재는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속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어항 속의 금붕어처럼 투명하게 일하고, 어려운 이웃에게는 가슴이 따뜻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대도의 도’를 꾸준하게 실천해 세계 인재시장에서 헤드헌터들의 관심과 표적의 대상이 되는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서만철 공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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