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 매각, 과거의 실패 반복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독자생존 방식으로 민영화하기 위해 구성한 ‘우리사랑 컨소시엄’과 ‘W컨소시엄’이 무조건 예비 입찰에 불참한다고 그제 밝혔다. 유력한 인수 후보인 두 컨소시엄이 빠지고 다른 유력 인수 후보가 나타나지 않으면 우리은행 입찰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금융은 우리사주조합과 거래기업이 참여하는 두 컨소시엄을 통해 정부가 갖고 있는 우리금융 지분 56.97%를 인수하는 민영화를 추진했다.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는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인수대금의 약 10%에 이르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나중에 헐값 매각이라는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외환위기 이후 옛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을 통합하고 2001년 경남은행 평화은행 광주은행 등이 합쳐져 출범했다. 이 과정에서 모두 12조7663억 원의 공적자금이 들어갔으나 올해 6월 말 현재 5조3014억 원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차질을 빚으면 공적자금의 회수가 늦어지고 회수율도 떨어지게 된다.

우리금융의 민영화가 차질을 빚고 제값을 못 받는 데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금융당국의 책임이 크다. 금융당국은 여러 차례 우리은행을 매각할 기회를 놓쳤다. 제값을 받고 판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이제는 프리미엄을 붙여 팔기도 어려운 지경이 됐다. 부실 대출과 잦은 금융사고로 지분 가치도 떨어졌다. 박해춘 전 행장 시절 C&그룹에 대한 부당 대출이나 파생상품 투자 손실이 발생했으나 금융감독원은 제때 적발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민영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실현성 있는 계획을 세웠는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과거의 매각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우리은행은 민영화를 통해 은행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뚜렷한 대주주 없이 민영화가 이루어질 경우 정부가 계속 간섭하기 쉽다. KB금융 같은 금융회사나 KT 포스코 같은 민영화 기업의 경우 형식상으로만 민영화했을 뿐 사실상 정부가 인사에 개입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래서는 민영화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현대건설과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인수합병의 절차와 기준이 명확하지 못한 탓이 크다. 금융산업 구조조정의 핵심 현안인 우리금융의 민영화는 나중에 특혜 시비가 불거지지 않도록 공정하고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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