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주성원]‘롯데마트 치킨사태’ 프랜차이즈 업계 책임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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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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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마리에 5000원인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이 결국 판매 1주일 만에 매장에서 사라지게 됐다. ‘대기업이 영세 자영업자의 사업영역에까지 진출해 돈을 벌어야 하는가’라는 여론에 롯데마트가 무릎을 꿇은 셈이다.

‘롯데마트 치킨’의 퇴장을 보며 못내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든다. 이번 사태가 처음부터 끝까지 ‘대기업과 자영업자의 대결 구도’로 비친 탓에 롯데마트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쓴 꼴이 되고 말았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책임을 지거나 비난받아야 할 또 다른 주체들은 뒤로 숨어버렸다.

롯데마트가 치킨 판매 중단을 결정한 결정적 계기는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제기한 ‘미끼상품 의혹’이다. 정 비서관은 영세상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의문을 제기했겠지만 정작 대기업의 치킨 하나에 영세상인들이 위협받아야 할 처지를 만든 정부의 자성(自省)은 없었다.

롯데마트 치킨에 영세 자영업자들이 들고 일어난 것은 ‘치킨집’이 대표적인 소자본 창업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돈 적고 기술 없는’ 직장인이 회사를 그만두면 차리는 것이 치킨집이다. 그러다 보니 치킨집을 차려도 경쟁이 치열해 수익을 내기 어렵다.

다양한 서비스 업종과 아이디어 업종을 개발하거나 개발을 장려해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게 정부의 할 일이다. 하지만 말로는 ‘1인 창조기업 육성’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치킨집 개업자금 대출’이 전부인 것이 정부 지원의 현주소다. 다양한 형태의 자영업이 커 나가려면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기업가 정신’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부가 그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반성도 필요하다. 소자본 창업 가운데 유난히 치킨집 같은 외식업이 많은 데는 관련 프랜차이즈 업계의 적극적인 영업도 한몫을 한다. 원재료 납품을 통해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장 손쉽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업종이 외식업이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이익이 커질수록, 즉 납품 원료비가 올라갈수록 가맹점주의 이익은 줄어든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정말 자영업자와의 ‘상생’을 원했다면 스스로 혁신을 통해 원료 납품 단가를 낮추고 자영업자의 이익을 보장해 줘야 했다. 자기들이 납품하는 원료비에 빗대 롯데마트의 치킨 값을 두고 ‘나올 수 없는 가격’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롯데마트가 1마리에 5000원에 팔 수 있을 만큼 치킨 재료를 싸게 들여올 수 있다면, 그보다 몇 배나 더 많이 재료를 구입하는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그렇게 할 수 있어야 정상이다.

주성원 산업부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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