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시환 대법관의 對北觀이 위험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이른바 진보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좌장(座長) 격인 박시환 대법관이 올 7월 6·15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사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만 볼 수 없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그는 “북한이 실질적으로 국가와 다름없는 체제와 구조를 갖추고 대한민국 역시 북한을 여느 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게 상대하면서 한편으로 대한민국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단체라고만 할 수는 없다”는 논리를 폈다.

헌법재판소는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대상이자 반국가단체라는 판단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6·25전쟁 이후 북이 저지른 숱한 테러와 도발을 당한 우리로서는 대화를 하고 식량지원을 하면서도 북한이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집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천연대는 주한미군을 몰아내고 친북정부를 세워 연방제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단체다. 북한이 반국가단체가 아니라면 실천연대도 이적(利敵)단체로 처벌할 수 없게 된다.

박 대법관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본다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료, 문화계 인사를 막론하고 일단 북한과 접촉하면 국가보안법 적용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지령을 받고 움직이는 사람과 특별법인 남북교류협력법 절차에 따라 북한과 접촉하는 사람을 어떻게 똑같이 취급한단 말인가.

박 대법관이 소수의견에서 드러낸 대북관(對北觀)은 남북관계의 현실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안보를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있다. 북한은 2차례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에 이어 우라늄 농축시설까지 가동 중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남한 전체가 핵무기의 인질이 된 안보위협 속에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지 말자는 것은 우리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자는 주장과 다름없다.

대법원은 7월 23일 이용훈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2명의 다수의견으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실천연대는 이적단체로 보는 판례를 유지했다. 실천연대는 2008년 4월에도 이적단체로 인정된 바 있다. 박 대법관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대법원 판례를 ‘구시대적 판례’라고 폄하하면서 “민주화가 이뤄진 지 한참 지난 지금까지도 유지하는 것은 유감이다. 인혁당 사건처럼 법원 스스로 재심판결에 의해 무효화하는 치욕스러운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식을 벗어난 독선이며 다수의견을 낸 동료 대법관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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