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예나]혼란의 ‘체벌금지’교실…뒤늦게 귀 연 곽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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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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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러분의 인권을 위해 체벌을 금지했고 선생님도 여러분을 믿고 매를 내려놓으셨습니다. 그러나 잘못을 나무라는 선생님에게 대들고, 화를 돋우고, 심지어는 폭력적인 말과 행동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에 여러분의 선생님들께서 너무 힘들어하십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학생들에게 보내는 ‘교육감 서한문’을 띄웠다. 서한문에서 곽 교육감은 “무례한 일부 학생의 모습에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매를 내려놓으신 선생님들께 드릴 보답은 여러분의 참된 자율과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한 시교육청 관계자는 “체벌이 금지된 지 20여 일이 됐는데 학교 현장에서 부정적인 목소리가 많이 나와 곽 교육감이 고민이 많다”며 “교사들이 (체벌금지로) 문제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학생들을 무조건 교실 밖으로 내칠 수 없는 현실도 안다. 현장 목소리를 많이 들으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곽 교육감은 16일에는 학생, 교사 25명과 간담회를 열고 체벌 금지 이후의 현장 얘기를 들었다. “말썽이 심한 학생들에게는 교사의 통제가 필요하다” “체벌 없이는 다루기 너무 힘든 학생들도 있다” 등의 이야기를 곽 교육감은 꼼꼼히 메모했다.

이제라도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곽 교육감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진작 현장 의견을 수렴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체벌금지 방침을 발표한 뒤 8월 열렸던 곽 교육감의 체벌금지 특강에서 교장들은 “소통을 중시하는 교육감이 현장과 한마디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체벌금지를 강요한다”고 항의하며 집단 퇴장했다. 그러나 당시 곽 교육감은 “체벌금지는 더는 찬반 논쟁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체벌금지는 시대적으로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체벌금지가 ‘폭력적인 체벌’과 ‘교육적 체벌’을 구분하지 않은 채 ‘반성문도 손드는 것도 청소도 안 된다’는 식으로 전달되면서 학교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교사들은 학생 지도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반면 일부 학생은 기세등등해졌다. 체벌금지 대안은 뭐가 있을지 사전에 교사들과 충분히 논의했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곽 교육감은 다음 달부터 ‘학생, 학부모, 교사 간 체벌금지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곽 교육감은 간담회를 통해 학생회장이나 학급 반장들이 학교 현장의 체벌금지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 주는 불씨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한다. 체벌금지 발표 때 간과했던 ‘학생 자율·책임’이 이제야 등장하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최예나 교육복지부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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