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남국]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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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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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성공 확률이 높은 사업을 선호한다. 하지만 혁신가들은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일에 도전한다. 사실 성공 확률이 높은 사업은 이미 누가 하고 있거나 남들이 금방 따라한다. 따라서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가능성이 낮은 일에 도전했다 성공하면 그 보상은 막대하다. 물론 가능성이 낮기에 혁신가들은 숱한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다.

혁신가들의 도전 스토리를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발견된다. 이들을 좌절에서 구해준 아이디어 원천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이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혹은 내가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이 혁신의 원천이 됐다. 실제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다.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를 만든 일본 아오모리 현의 기무라 아키노리 씨는 무농약 재배 실패로 자살을 결심했다. 근처 산에 올라 로프를 휙 던졌는데 이게 나무에 제대로 걸리지 않고 다른 곳으로 튕겨나갔다. 로프가 떨어진 곳에 우람한 도토리나무가 있었다.

기무라 씨는 자신의 사과나무와 달리 도토리나무가 왜 건강한지 고민했다. 무성한 잡초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나무의 건강을 유지시켰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잡초를 보이는 대로 없앴던 게 패착임을 깨달은 그는 자연 상태로 사과나무를 키워 무농약 재배에 성공했다. 수년간 찾지 못한 해법이 매일 보았던 근처 산에 있었던 셈이다.

학원 운영으로 큰돈을 벌었던 대교 강영중 회장은 과거 과외 금지 조치로 사업 기반이 무너진 적이 있다. 이 위기에서 구해준 아이디어는 ‘배달’ 모델이었다. 문제지를 배달해서 풀게 하고 간단히 지도하면 과외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 한국에선 잠시만 걸으면 배달을 해주는 식당을 만날 수 있다.

외환위기로 고전하던 웅진코웨이를 살려준 아이디어는 정수기 ‘판매’에서 벗어나 ‘임대’사업을 하는 것이었다. 전월세, 렌터카 등 임대는 가장 흔한 사업 모델 중 하나다. 다만 과거 정수기 사업에 임대 모델을 접목시킨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엔진 개발 실패로 도산 위기에 몰렸던 일본 스즈키 자동차를 구해낸 ‘알토’도 자사 직원들이 타고 다니던 트럭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스즈키 오사무 회장이 직원들과 술 한잔 하려고 공장을 방문했다가 직원 차량 중 상당수가 트럭이란 점을 발견했다. 이후 경차와 트럭의 장점을 조합해 알토를 만들었다.

음식물 처리기로 급성장한 루펜은 어느 가정에나 있는 헤어드라이어에서 아이디어를 찾았다. 젖은 머리를 빨리 말려주는 헤어드라이어처럼 젖은 음식도 열풍 건조로 처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혁신을 불러왔다.

이처럼 가까이 있는 사물이 혁신의 모티브가 될 수 있지만 혁신에 성공한 사람은 드물다. 특정 사물을 특정 용도로만 써야 한다는 고정관념인 ‘기능적 고착(functional fixedness)’이 문제다. 헤어드라이어는 머리 말릴 때만 쓰는 게 아니다. 다른 신체부위는 물론이고 젖어있는 모든 것을 말릴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해결하기 힘든 문제로 고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 처했다면 굳이 멀리서 해답을 찾지 말고 주변 사물부터 관찰하는 게 좋다. 의외로 해답은 가까운 곳에 있다. 단, 고정관념을 버려야 해답이 보인다.

김남국 미래전략연구소 경영지식팀장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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