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라승용]‘천덕꾸러기’ 은퇴자가 안 되려면

동아일보 입력 2010-09-01 03:00수정 2010-09-01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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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오는 유머에 삼식이와 무식이라는 말이 있다. 삼식이는 퇴직한 후 집에서 하루 세끼를 챙겨먹는 남자를 말한다. 무식이는 집에서 밥을 한 끼도 안 먹는, 주부 입장에선 편한 남편을 의미한다. 우스갯소리인데 왠지 마음 한구석이 짠해진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아직 일할 수 있는 남자들이 과거에 비해 알게 모르게 은퇴를 종용당한다. 평생을 일터에서 가정을 위해 봉사했던 남자가 은퇴를 한 뒤 집안에서 자기 역할을 잃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현상이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1955∼1963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삼식이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은퇴가 빨라지면서 관심을 갖는 노후준비 방안 중 하나가 귀농이라고 한다. 이곳저곳에서 실시하는 귀농 교육마다 사람이 많이 몰린다. 농촌진흥청이 1월부터 개설한 야간귀농교육과정에도 많은 사람이 몰렸다. 40대와 50대가 주를 이뤘고 직업별로는 중소기업 금융계 대기업 공무원 공기업 등에 다니는 성공한 직장인이 많았다.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귀농 가구 수는 4080가구로 2008년의 2218가구와 비교해 1862가구가 늘었다.

귀농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실제로 외환위기 때 많은 도시인이 농촌으로 갔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취미로 텃밭이나 가꾸려고 하는 거라면 모르지만 귀농으로 성공을 꿈꾸고 있다면 마음가짐부터 바꿔야 한다. 마음가짐은 혼자만 바꾼다고 될 일은 아니다. 가족과 함께 의논하고 고민해서 마음이 통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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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짐을 바꿨다면 두 번째는 머릿속 지식도 바꿔야 한다. 아무리 농촌에서 살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고 해도 실제 귀농에 대한 정보나 지식이 없다면 도루묵이다. 다행히 최근 많은 정보들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고 귀농 학교도 전국 각지에서 운영하는 만큼 직접 전문 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지식보다 중요한 것이 경험이니 귀농 선배들을 찾아가 조언을 듣고 다양한 체험을 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음가짐을 바꾸고 머릿속 지식도 채웠다면 세 번째는 몸을 바꾸자. 도시 생활에 적응된 신체를 농촌 생활에 적응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어디로 갈지, 어떤 농사를 얼마큼 지을지, 판매는 어떻게 할지 꼼꼼히 체크하고 고민해야 한다. 철저히 준비하고 귀농을 한다면 우아한 삼식이와 삼순이의 여생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라승용 국립축산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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